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연대와 위로로 새해맞이하는 시민들. 엑스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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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새해 인사로 복 많이 받으란 말보다 위로의 말을 전해야죠. 12·3 내란사태부터 제주항공 참사까지 온 국민이 너무 힘들었잖아요.”
제주항공 참사 추모 이미지를 만들어 엑스(옛 트위터)에 공유한 직장인 김종만(가명)씨는 2024년의 마지막 날, 한겨레에 새해를 맞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연말이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는 표현을 흔히 쓰는데 말 그대로 올해가 그런 한 해였다”며 “12월3일 이후로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는데 제주항공 참사까지 터지면서 마음이 많이 답답하다. 새해에는 이런 안 좋은 상황들이 빨리 종식돼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12·3 내란 사태에 이어 대형 참사까지 겹친 2024년의 마지막 한 달을 보낸 시민들은 희망 찬 새해인사 대신 ‘위로’를, 거창한 바람 대신 ‘일상의 회복’을 이야기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연말의 상징이었던 서울 종로구 ‘제야의 종’ 행사는 크게 축소됐고, 개인·단체 단위 신년회도 줄줄이 취소되는 모습이다.
시민들은 당연하게 주고 받았던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는 것조차 고민이 된다고 했다. 직장인 민아무개(33)씨는 “암울한 뉴스를 연이어 접하면서 연말이 사라진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새해 인사를 할 수 있겠느냐. 연락이 오면 ‘무탈한 새해가 되길 바란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강지원(24)씨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며 “새해 소망이 소박해졌다. 그저 마음 편히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할 수 있는, 지인들과 뉴스 얘기가 아닌 일상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도 새해, 애써 기운을 차리기 위한 방법으로 ‘위로’를 택했다는 시민도 적잖았다. 서울 성동구 주민 박아무개(27)씨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전남 무안군에 10만원을 기부했다. 아울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부 방법과 혜택, 기부된 금액이 무안군의 의료 등 복지시설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는 내용 등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글은 1만건 이상 공유됐고 다른 시민들의 기부로 이어졌다. 박씨는 한겨레에 “참사 희생자 가족과 자원봉사자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기부 독려글을 올리게 됐다”며 “새해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서 만난 김세웅(61)씨는 “소식을 듣고 혼자 감내하기 힘들어 분향소를 찾았다”며 “연말에 국민들이 트라우마를 느낄 만큼 힘든 일들이 연이어 터졌는데, 새해에는 잘 수습돼 모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정국 안정과 일상 회복을 바랐다. 서울 용산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이아무개(44)씨는 “모든 국민이 그렇겠지만 자영업자들이야 말로 최악의 연말을 보냈다”며 “12월3일 이후 거짓말처럼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는데, 안타까운 참사까지 터져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날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는 카운트다운과 조명쇼 행사를 취소하고 조용히 치러진다. 새해 첫 날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등 해맞이 명소에서 예정됐던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크게 축소하기로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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