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③]
무안공항 20년 동안 조류 충돌 19건
최근 6년 전국 공항 조류 충돌 3%가 피해
전문가 "저공비행이 조류 충돌 가능성 ↑"
179명의 희생자. 이제껏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최악의 민항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사흘이 지났지만 시신 수습조차 난항을 겪는 가운데 원인 규명의 시계도 더디게 흐르고 있다. 희생자를 향한 안타까움, 참사와 관련한 국민적 울분이 수많은 추측만 낳고 있다. 사고 원인이 분명해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상황. 논란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CBS노컷뉴스가 사고 원인에 대한 주요 쟁점을 따져봤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사고를 수사 당국이 현장 수습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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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
①'이마스'·'MA-1A' 왜 없었나?…실효성 두고 의견 분분 ②피해 키운 '콘크리트 둔덕'…다른 방법 없었나 ③제주항공 참사 '조류 충돌', 실제 충돌 피해는 드물었다 (계속) |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6년동안 조류 충돌 건수 대비 실제 피해로 이어진 경우는 단 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새도래지 무안공항, 환경평가서 "14년 간 충돌 많지 않아"
2022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보완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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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은 인근에 3곳의 철새 도래지가 있다. 지난 2022년 작성된 무안공항 활주로 확장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보완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주변에는 현경면·운남면, 무안·목포 해안, 무안 저수지 등 3곳이 철새 도래지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공항공사 모델로 (조류) 충돌 위험성을 평가한 결과 큰기러기, 쇠기러기, 혹부리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민물가마우지 등 수조류가 무안공항의 주변 지역을 이동·서식하는 동안 충돌 위험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2020년 한국공항공사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양식 자료를 참고한 결과 무안공항에서 2006년에서 2019년 사이 조류충돌 사고는 총 9건 발생해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철새 도래지를 부지 적합성과 지나치게 연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공항이 장애물이 없고 소음 피해가 적은 바닷가를 최적의 입지로 선정하면서 조류 충돌이 잦은 위치에 설립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애초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했다. 김포국제공항이나 김해국제공항도 철새 도래지 주변인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김해공항, 청주공항, 군산공항을 비롯해 신공항이 들어서는 가덕도 역시 철새 도래지와 인접했다.
대부분 공항은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여러 대비책을 전제로 철새 도래지 인근에 쪽에 건립돼 왔다.
실제 무안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도 공항 운영 시 조류기피제 사용이나 서식지 제거, 배수로 차단 등 조류를 회피하기 위한 여러 활동이 명시됐으며 공항 운영기관도 이를 준수하게 규정됐다.
최근 6년 전국 공항 조류 충돌 559건 中 무안 10건
무안국제공항 조류 분포 및 이동방향. 2022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보완자료 |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남옥 씨는 "바로 앞 무안CC 골프장과 물가에서 새 떼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오리 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한 마을 주민은 "바로 앞 저수지에는 오전에 특히 오리가 많이 모여있다"며 "철새들이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가 같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6년 동안 운영한 전국 14개 지역 공항에서 조류 충돌 건수는 총 559건이다. 그러나 피해로 이어진 경우는 20건으로 3%에 불과했다.
무안국제공항은 지난 6년 동안 총 10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도에 5건으로 가장 많았고 2021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1~2건이 발생했다.
조류종별로는 종다리와 백로, 황조롱이의 충돌이 가장 잦았다. 무안국제공항 인근에서 주로 서식한다는 청둥오리의 경우 지난 2019년 2건, 2020년 1건 이후로는 항공 충돌 사례가 없었다.
조류 전문가 "저공비행으로 충돌 가능성 증가"
조류 비행고도. 2022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보완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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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 상황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평소보다 낮게 날았고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고 증언한다.
지난 29일 오전 9시 무안 망운교회에서 사고 직전을 목격한 조경삼씨는 "교회에 도착해 차량 후진을 하던 중 무심코 제주항공 비행기를 보게 됐다"며 "보자마자 비행기가 지나치게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보통 교회 마당에서 비행기가 뜨는 장면을 보면 당시 고도보다도 높게 있었다"며 "승용차 내부에 앉아서 보기에도 아슬아슬할 정도로 낮게 날더니 갑자기 좌우 날개가 다 왼쪽으로 흔들릴 정도로 급선회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갑자기 내륙 쪽으로 돌아온 비행기가 더 낮게 내려갔다"며 "근처에 왔을 때는 분명히 착륙해야 할 비행기의 엔진소리가 이륙할 때보다 크게 들려 이상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방향을 바꾸던 비행기가 정작 착륙하기 직전에는 이전보다 높은 고도에 있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는 무안국제공항 인근에서 다수 발견됐다는 오리류는 100m 상공 내외에서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새 박사'로 알려진 호남대학교 이두표 교수는 "겨울철 대부분 오리 종류가 군집을 이루어 이동한다"며 "주로 발견되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는 수십 마리씩 무리 지어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새들은 눈이 좋아서 대부분 비행기를 피한다"며 "갑작스러운 소리나 급격한 선회로 인한 충돌 등이 조류 충돌의 주원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비행기 이착륙 시 150m 이하 낮은 고도에서 조류 충돌의 7~80%가 발생한다"며 "만약 충돌한 조류가 오리 종류라면 100m 이하일 경우가 높다"고 말했다.
조류 충돌 예방 인력 '2명' 전문성 도마
전남 무안국제공항 인근 철새 떼가 자주 출몰하는 물가. 김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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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 이후 재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동체착륙에 실패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만큼 조류 충돌 상황 예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이 조류 충돌 예방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떼가 자주 출몰함에도 조류 충돌 예방 인력은 4명에 불과하고 사고 당일은 2명이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는 앞서 "무안공항 조류 예방 활동 근무자는 4명으로 사고 당일엔 2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통상 공항에서는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조류 퇴치팀인 BAT(Bird Alert Team)를 운용하고 있다. 공군의 경우 전국 기지별로 운항 관제 반에 조류 퇴치팀을 운영한다.
그러나 전문가는 BAT에 조류 전문가가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어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호남대학교 이두표 교수는 "우리나라는 조류 탐지 레이더를 공항에서 도입하는 것으로 알지만 비용 문제로 많은 수는 아닌 상황"이라며 "탐지 레이더는 물론 가능하다면 새를 쫓기 위한 '드론 매'도 활용해 적극적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공항공사에서 조류 퇴치팀을 운영하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전문가가 포함된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류 전문가가 예보와 대처 방안을 미리 제시할 수 있도록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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