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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2025년의 에너지 기상 예보… 미·중은 쾌청, 유럽·한국은 흐리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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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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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매일 뜨는 해 가운데 하루를 골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류 문명의 특징이다. 문명의 발전은 에너지 활용 능력 향상과 함께했다. 인류는 불의 발견으로 최초의 에너지 혁명을 경험했다. 농업혁명 시대부터 인간과 가축의 근력이라는 생물학적 에너지를 더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세력이 힘을 키웠다. 많은 인구는 에너지의 원천이었고, 대규모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말 그대로 세계의 중심이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시작 이후에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보유한 영국·러시아·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했다. 인류의 역사는 누가 더 많은 에너지를 보유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둘러싼 경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막대한 에너지를 보유한 연합국을 상대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무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에너지 자원의 국제 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대한민국과 같이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도 발전 경로에 합류할 수 있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관념은 환경오염 문제가 등장하면서 변화했다. 에너지 분야에 ‘청정’이라는 가치가 덧붙여졌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유럽 선진국들은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 생산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선진국들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1997년의 교토의정서였다. 경제 발전을 가속하던 중국에는 좋은 기회였다. 선진국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통한 경제 발전이라는 경로를 스스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서명했지만 비준하지는 않았다.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28년이 지난 2025년 세계의 풍경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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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석탄 등 화석연료를 마음껏 사용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막대한 에너지 소비에 기반한 중국 제조업은 세계를 압도한다. 중국의 엄청난 에너지 구매력은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송이라는 과제는 해군력 강화와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로 연결됐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도약으로 연결됐다. 척박하고 낙후된 중국 서부 지역은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생산지가 되었다.

중앙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방정부의 막대한 투자는 중국을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기술 국가로 변화시켰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은 고압직류송전(HVDC), 이차전지, 그리고 그린수소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게 됐다. 중국 내 신규 승용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율은 지난해 7월 50%를 넘어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화석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발전 경로를 중국은 만들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 내 화석에너지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수소경제를 주창했다.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산업 진흥을 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화석연료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조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재생에너지와 녹색 확대에 나섰다.

미국이 보통 국가였다면 이런 정책 난맥상은 혼란만을 초래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을 통한 막대한 자본 동원 능력과 IT가 결합하면서 미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셰일 가스·오일 개발에 성공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 국가가 됐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석유 생산과 결합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괴짜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테슬라 자동차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가 되었다. 미국은 더 많은 에너지를 저렴하게 생산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당면한 과제는 인공지능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에너지 확보이다. 미국의 답은 전통적인 화석연료와 원자력 그리고 재생에너지 분야 모두에서 자국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술 혁신의 선순환을 구현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 생산 축소라는 실험을 주도했던 유럽의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과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유럽 기업의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럽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전통 제조업을 상징하던 독일 폴크스바겐은 대규모 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철강 산업의 대표 주자 티센크루프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전통적 제조업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태양광 산업이 철저하게 실패했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2차전지 산업 역시 절벽 끝에 내몰리고 있다. 작년 11월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파산을 선언한 것은 유럽 전체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유럽의 패착은 탈탄소와 탈원전이라는 명분에 몰두하면서 안정적이며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러시아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그 여파로 미국·중국보다 비싼 에너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유럽에서 제조업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2025년 대한민국의 모습도 어둡다. 우리의 자랑이던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옛이야기다. 단 4년 사이에 산업용 전력 요금은 70% 상승했다.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한국전력의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미래라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정작 필요한 적기 전력 공급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선회를 거듭한 에너지 정책의 혼란 속에서 재생에너지도, 원자력도 모두 망가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지속성과 신뢰성은 바닥을 친 지 오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언제 확정될지 아무도 모른다.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에 기반한 미국과 중국이 앞서 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명분과 실리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면서 방황하고 있다. 한숨이 앞서는 2025년 1월이다.

석탄화력·재생에너지 동시에 늘리는 중국…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 잡기 위해 노력

석탄은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에너지 자원이다. 석탄은 석유에 비해 저렴하고 풍부하며 골고루 매장돼 있다. 하지만 각종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탄 사용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석탄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2023년 중국은 세계 소비량의 55%에 해당하는 48억톤을 사용했다. 중국 태양광 패널은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정작 국내적으로는 여전히 석탄화력발전 비율이 61%로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매해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은 47GW(기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추가했다. 이는 전 세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55%에 해당한다. 2023년 중국에서 새로 착공된 석탄화력발전소는 70GW 규모인데 같은 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다른 지역에서 착공된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합해도 4GW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네시아·인도 등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늘리고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이 석탄화력발전 확대를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안보다. 중국은 전체 석탄 소비량의 97%를 자체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석탄화력발전을 동시에 늘리는 중국의 모습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 석탄화력발전은 당장의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수이고, 재생에너지는 미래의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미래 성장 동력이다. 중국은 현재와 미래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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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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