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는 지난 2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학부 등록금을 4.9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국민대 관계자는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에 많은 공감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은 교직원, 학생 등으로 구성된 각 대학의 등심위에서 매년 1~2월 사이 결정한다.
그래픽=박상훈 |
연세대와 경희대는 대학 측이 학생 대표들에게 등록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 대학 모두 5.49% 인상을 제안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들은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올해 법정 상한은 5.49%다. 연세대와 경희대 모두 법적으로 가능한 최대치로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도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성균관대 등심위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획조정처장이 “오랜 시간 지속된 학부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한계에 직면했다”며 “성균관대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등록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도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다”면서 “등심위에서 협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서울 주요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에 나선 것은 시설 노후와 교수 채용을 제대로 못하는 등 재정난으로 인한 경쟁력 추락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희대 측은 학생 대표들에게 “물가 인상으로 교육 투자비는 상승했는데 등록금은 16년간 동결됐다”며 “연구 역량 강화, 지속 가능한 교육 환경 조성 등을 위해 대학 재정 수입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세대 한 교직원도 등심위 회의에 참석해 “현재 학생 활동 및 연구 인프라 등이 열악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금 재원 등으로 타 대학에 비해 재정적 위기를 잘 극복해 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AI(인공지능) 등을 가르칠 뛰어난 교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교수 초봉이 대기업 신입 사원보다 낮으니 대학으로 안 오려고 한다”며 “등록금이 인상되면 교수 확보, 교내 장학금 확대 등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 사이에서도 등록금 인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협의회) 회의에서 올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서울대는 이미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외 국립대들은 인상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협의회는 6일 오후 교육부에 등록금 관련해 장관 또는 차관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요해 왔다. 대학 입장에서는 각종 재정 지원과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부에 반기를 들기 쉽지 않아 등록금 동결 정책도 따라왔다. 올해도 교육부는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들이 갑자기 등록금 인상에 나선 건 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국가장학금 지원금보다 등록금 인상분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계엄 사태로 정부 리더십이 크게 약화된 점도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제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법정 한도 내에서는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걸 못 하게 할 거면 교육부가 일본처럼 사립대에 운영비를 일부 지원해주는 식으로 동결로 인한 손해를 보전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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