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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0 (목)

영상 메시지 내고 육필 원고 공개… 물러서지 않는 尹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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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체포] “수사·영장, 불법의 불법의 불법”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 영장 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수사는 물론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20·30대의 친윤 집회 참석을 두고 “희망적”이라고도 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보수층과 20·30대의 지지세를 모아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정치권에선 “보수층과 20·30대 남성 지지를 바탕으로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윤 대통령이 향후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두고 또다시 이들을 결집하겠다는 뜻 같다”라는 말이 나왔다.

직원 폰으로 촬영한 영상 메시지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영장 집행에 맞춰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냈다. 이 영상은 체포 영장 집행 직전 대통령실 직원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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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 영장 집행 전 녹화해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공수처 수사 과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데 수사를 진행했으며,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이를 발부해줬다고 했다. 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외곽을 지키는 군 55경비단이 관저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한 것처럼 공수처가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공수처의 수사 행태를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관저를 찾아온 인사들에게 공수처 수사 과정과 체포 영장 발부·집행을 겨냥해 “좌파 사법 카르텔이 얼마나 무섭고 무도한지 오늘 똑똑히 보게 된다”며 “무법천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국민의힘 의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20·30대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유튜브를 통해서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석한 20·30대를) 봤고 너무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며 “20·30대가 관저 앞에서 밤새도록 집회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거론하며 “20·30대를 보면 당이 잘될 것 같다”고 했다고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육필 원고.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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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출석한 직후 올 초 작성해둔 9000자 분량의 육필 원고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 글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는 범죄가 아닌 대통령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내란’이라는 내란 몰이 프레임 공세로 저도 탄핵 소추됐고, 이를 준비하고 실행한 국방부 장관과 군 관계자들이 지금 구속돼 있다”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12·3 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병력을 계획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사법 차원의 내란죄 위반을 철회한 것과 관련해 “내란 몰이로 탄핵소추해놓고, 재판에 가서 내란을 뺀다면 사기 탄핵, 사기 소추”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 마비를 시킨다”며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 질서 붕괴를 밀어붙이고 있고, 이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이러니하지만, 탄핵소추가 되고 보니 이제야 제가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취임 이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제가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지내온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시스템과 관련해 “우리나라 선거에서 총체적인 부정 선거 시스템이 가동됐다”며 “부정 선거 가동 시스템을 국민께 알리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회와 선관위에 최소한의 병력 투입을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대통령의 부정 선거론으로 일부 강성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가 비상계엄과 거리를 두려는 국민의힘 지도부엔 까다로운 숙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영상 메시지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 구역을 소방 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 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국민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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