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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천하였던 UPS 시장, 토종 기술력으로 판 뒤집은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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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ESS+UPS’ 하이브리드 제품 개발…조달 우수제품 지정

연구개발에 매출 6% 투자…"글로벌 시장도 도전"

강승호 이온 대표가 20일 경기 수원 본사에서 열린 2025-1차 이노비즈 PR-day에서 UPS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노비즈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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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이민주 기자 = "2014년 국내 최초로 중대형 '하이브리드 UPS를 개발해 과거 외산이 주를 이루던 국내 대형 무정전전원장치(UPS) 시장에 국산화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대법원, 정부세종청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 주요 공공기관에서 자사 UPS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강승호 이온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본사에서 열린 '이노비즈 PR-day'행사에서 국내 최초 대용량 '전압보상기 'MARCHE Ⅴ'를 선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이온은 데이터센터 등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고객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를 합친 개념의 하이브리드 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혁신기업이다. 이온은 설립 6년 만인 2008년에는 이노비즈인증을 받았다.

강 대표는 2000년대초 인터넷 컴퓨팅 산업 발달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전원장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미국과 일부 유럽 기업 그리고 중국산 등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UPS 시장에 주목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당시 국내 UPS 업체들은 대다수가 300Kw 이하인 소용량 UPS를 제작하는 곳이어서 중대형 UPS 시장에서는 외산을 대체할만한 제품이 없었다. 강 대표는 이를 기회로 보고 중대형 UPS 개발에 몰두한 결과, 법인 설립 12년 만인 2014년 국내 최초 중대형 '하이브리드 UPS' 개발에 성공했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외산이 점령한 UPS 시장의 벽을 느꼈다. 국산을 신뢰하지 않는 고객들이 '이렇게 어려운 기술을 너희가 어떻게 만들어'라는 반응이더라"며 "처음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사진은 이온이 개발한 국내 최초 대용량 ‘전압보상기' MARCHE Ⅴ 제품. ⓒ News1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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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UPS' 개발→공공시장 물꼬 트여

이온의 주요 생산품인 '하이브리드 UPS'는 UPS와 ESS의 기능을 겸비해 높은 효율을 내는 제품이다. 대용량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을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무정전 전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에너지 절감과 인정적인 전원공급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운영 면적, 초기 도입비용,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4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가정할 때 하이브리드 UPS를 활용하면 초기 비용은 기존 대비 최대 40억 원을 절감할 수 있고, 전기요금은 연간 10억 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 구축 때는 UPS와 ESS를 둘 다 두어야 해 평균 93억 원가량이 드는데 두 기능을 모두 가진 하이브리드 UPS를 도입할 때 비용은 41억 원 수준이다. 또 일반 UPS의 에너지 효율은 94~95%인데 반해 하이브리드 UPS 제품의 에너지 효율은 99%기 때문에 5.5%만큼의 전기요금 절감이 가능하다.

강 대표는 이 제품으로 NEP(New Excellent Product) 신제품 인증(2016년)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2016년)을 받았다.

사업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국내 최초 중대형 하이브리드 UPS라는 기술력을 가지고 공공조달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다. 강 대표에 따르면 사업 초기에는국산 UPS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납품을 받겠다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정부통합전산센터 등 공공조달에 성공하면서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에 지정됐고 이후에는 지정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계약 확대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현재 공공기관 등 공공시장에서의 이온 UPS 점유율은 70~80%다. 이후 2019년 UPS가 중소기업 간 경쟁상품에 지정되고 나서는 가속이 붙었다.

강 대표는 "하이브리드 UPS를 개발해 처음 조달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가 2017년도다. 이때까지 국내 중대형 UPS 시장은 외산이 점령하고 있던 시기"라며 "좌절하지 않고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연구·개발(R&D)에 몰두했다"고 설명했다.

이온은 최근까지도 매년 매출의 6% 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직원(93명) 중 4분의 1 이상(23명)이 연구개발인력이다.

그는 "이 제품을 가지고 당시 외산이 차지하고 있던 중대형 UPS 시장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지금은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대형 기관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온의 주요 고객사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통합전산센터, 기상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대법원,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코레일, 한국공항공사 등이다. 민간기업 중에는 SK텔레콤 등 통신사, IT, 금융, 보험, 건설 등 다수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강승호 이온 대표가 20일 경기 수원구 본사에서 자사 개발품을 선보이고 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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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장 넘어 민간·해외 노린다…상장 도전도

공공시장에서의 인정을 바탕으로 민간 UPS 시장에도 자사 제품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하겠다는 포부다.

강 대표에 따르면 국내 UPS 시장은 4000억 원 규모이다. 인텔렉추얼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UPS 시장 규모는 2028년 21조 5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의 경우 최근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와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으로 신재생에너지 적용 의무가 생기며 UPS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는 "지속해서 R&D에 투자해 공공시장뿐 아니라 민간 시장(의 UPS) 점유율을 늘리고 해외로도 진출해 '글로벌 탑티어'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UPS) 수주액는 1200억 원 정도 예상하고 있고 3년 내에는 이를 1500억 원대로 높이겠다"고 했다. 이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565억 원이다.

올해 수주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최근 본사 인근에 신사옥 건립(생산시설)도 마무리했다. 새 생산시설 규모는 본사의 1.3배 수준으로 건립에 따라 생산능력(캐파)은 기존 500억 원 수준에서 1200억 원가량으로 늘어났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기술특례)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올해 투자를 좀 더 받고, 하반기에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려 한다"며 "앞으로 2~3년 내 상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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