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2일 반(反)정부 시위에 나선 청년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의 얼굴이 그려진 튀르키예 국기를 든 모습. 튀르키예 검찰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을 체포하자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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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11년을 포함해 올해로 23년째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적(政敵),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市長)이 돌연 체포·구속되면서 튀르키예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마모을루는 튀르키예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온건·포용적 정치 철학과 합리적 정책, 온화한 태도로 큰 인기를 얻어 왔다. 대선을 3년 앞둔 에르도안이 미리 경쟁자의 싹을 자르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에서 불붙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튀르키예 현지 매체에 따르면 22일 늦은 오후 이스탄불 시청이 있는 구시가지 사라차네 광장에 수만 군중이 모여 이마모을루의 구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에르도안이 자신의 독재를 연장하려 이마모을루에게 누명을 씌웠다” “사법부는 즉각 이마모을루를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일부 노동단체는 총파업을 주장하기도 했다. 시위대 앞에 선 외즈귀르 외젤 CHP 대표는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에는 ‘정의’가 없다. 권력에 눈이 먼 자로부터 정의를 되찾기 위해 다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튀르키예 경찰이 22일 수도 앙카라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 수만명을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해산하려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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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모을루는 지난 19일 부패와 테러 단체 연루 혐의로 같은 당 의원 등 여섯 명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 이스탄불 검찰청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연계 조직을 지원했고, 사업가들에게서 금전을 수취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흘간의 경찰 조사에 이어 22일 저녁 이스탄불 지방법원에 출석, 구속 연장을 위한 실질 심사를 받았다. 이마모을루가 법원에 도착하자 지지자 수백 명이 등장해 기습 시위를 벌였다. 법원은 23일 그의 구속 연장을 허가했다.
이마모을루는 앞서 지난 18일 이스탄불대 경영학과 졸업 학위를 갑자기 취소당하기도 했다. 1990년 편입한 그의 학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놓고도 그의 2028년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튀르키예 선거법은 대통령 후보 출마 자격을 ‘학사 학위 이상 취득자’로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위 취소 조치 다음 날 그가 경찰에 체포당하자 튀르키예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AFP는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 81주 중 최소 55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2019년 한 정치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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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P에 따르면, 전날 이스탄불에서만 3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 중이다. 시위가 격렬한 곳에선 물대포와 최루 용액, 고무총 등이 동원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알리 예를리카야 내무 장관은 “주요 도시에서 폭력 시위에 가담한 총 343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21일 이스탄불에서 공개 연설을 하고 “폭력 시위로 법원을 압박하는 것은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위”라며 “공공질서 훼손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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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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