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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거래’ 문 열리자, 개인투자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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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 3주

전체 금액중 개인투자자 비율 98%… 삼전-하이닉스 등 종목 350개로 확대

시스템 불안정-시세 왜곡 불안도… 금융당국 “불공정거래 집중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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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주식을 사고팔 수 있어 편해요.”(37세 직장인 윤모 씨)

“1주만 거래가 체결돼도 상·하한가를 오갈 만큼 불안정하잖아요. 혼란스럽죠.”(44세 전업투자자 백모 씨)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장주도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거래 시간 연장으로 투자자 편의를 높였지만 시스템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7분간 이어진 코스피 주식 거래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데다 유동성 부족으로 시세가 왜곡된 사례도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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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의 개장 첫 주(3월 4∼7일)와 둘째 주(3월 10∼14일) 점유율은 각각 33.1%, 19.7%였다. 전체 주식 거래 금액 가운데 넥스트레이드에서 이뤄진 거래 금액의 비율이다. 이미 출범 당시 제시했던 목표치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앞서 김영돈 넥스트레이드 본부장은 “3년 내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할 것”이란 포부를 밝힌 바 있다. 24일부터 거래 종목이 기존 110개에서 350개로 확대되는 만큼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넥스트레이드의 전체 거래 대금 중 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98%에 달했다. 근무 시간에 실시간으로 주식 대응이 어려운 직장인들이 넥스트레이드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 중인 강모 씨(29)는 “업무 시작 이후에는 (직군 특성상) 스마트폰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오전 8시부터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 기회가 새롭게 열렸다”고 했다.

하지만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국내 주식 거래 시스템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거래 중단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달 18일 발생한 코스피 거래 중단 사태는 중간가호가(4일 처음 도입)와 자전거래 방지 시스템이 충돌하며 발생했다. 당시 특정 개인이 코스피 상장사 동양철관을 같은 가격에 매수·매도 주문을 내며 거래량을 부풀리는 ‘자전거래’를 했는데, 이 불법 거래를 막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전체 시스템이 마비됐다. 증권사의 한 트레이더는 “대체거래소 도입 준비 과정에서 기존 거래소의 알고리즘과 충돌하는 상황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이 꼼꼼하게 수립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례 없는 코스피 거래 중단 이전에도 넥스트레이드 관련 오류는 적지 않았다. 개장 첫날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거래 시스템에서 실시간 주문 체결 조회가 지연된 바 있다.

일각에선 거래량이 많지 않아 불과 1주 거래만으로 주가가 요동치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에서 NH투자증권은 개장 직후 3분 동안 전일 종가 대비 30.25% 하락했다. 8시 정각에 나온 주식 1주가 그대로 체결되고 3분간 다른 거래가 없었던 탓이다. 한국거래소는 이같이 거래량이 미미할 경우를 대비해 시장 조성자, 유동성 공급자, 단일가 매매 등의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반면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한국거래소 단일가 매매 거래 대상에서 제외돼 안전장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대체거래소와 기존 거래소가 연계된 불공정거래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거래소 간의 가격 형성 및 매매 방법에 차이가 있는 만큼 시세 조종 가능성이 없지 않아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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