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안 지켜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탄소감축 목표'··· "예산·입법권 쥔 조직 필요"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 각국 올해 2035 감축 목표 설정해야
장기 목표 세워야 하는데 탄소예산도 몰라
"선형 감축 시 2035년에 예산 90% 소진"
탄소중립 거버넌스 '인적 구성' 다양화돼야

녹색전환연구소·여성환경연대가 공동 주관한 '누가 어떻게 2035 NDC 목표를 결정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초가을 폭염과 이번 경북권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탄소감축' 이행에 대해 책임 있는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 범부처 기구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역시 구성이 다양화돼야 실효성과 수용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녹색전환연구소·여성환경연대 등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누가 어떻게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결정해야 하는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NDC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약속한 탄소감축 계획을 뜻한다. 현재는 2030년까지 감축 목표가 설정돼 있는데, 연내로 2035년까지 감축 목표를 정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또 국회는 내년 2월까지 '2031~2049년' 탄소감축 장기 목표도 세워야 한다.
연관기사
• [사설]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승소···정부 무겁게 받아들이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916320003342)

기후환경단체 "초반부터 과감한 감축을"


기후환경단체는 NDC 결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경제산업계 이익이 주로 반영됨에 따라 미래세대에 상당 부분 책임을 떠넘기는 감축경로가 만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후 싱크탱크 플랜 1.5도 최창민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은 2050 넷제로(탄소배출량 0)를 위한 공식 탄소예산도 산출하지 않았다. 탄소예산은 지구온난화를 1.5도 내로 억제한다는 전제하에 배출 가능한 남은 탄소 총량이다. 남은 예산을 알아야, 매년 얼마씩 탄소를 감축해서 2050 넷제로를 달성할지 계획을 세우겠지만 기초 데이터도 분명하지 않은 셈이다.

최 변호사는 국제기준에 따라 대한민국의 탄소예산을 산출한 결과, 산업화 이후 누적배출량이 53.9억~87.4억 톤 내에 들어야 '1.5도' 기준을 지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허용 최대치인 87.4억 톤을 기준으로 해도, 2030년까지 탄소예산의 70%가 소진된다는 점이다.

플랜 1.5도 최창민 변호사 발표 자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정부는 2031~2035년 탄소감축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최 변호사는 2031년 배출량부터 2050년 배출량 0까지를 '직선'으로 그은 선형 감축경로를 택할 경우 미래세대 부담이 막중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형 경로를 택하면 2035년까지 탄소예산의 약 90%를 소진하기 때문에, 2036년부터는 매년 전년 대비 27%씩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2050 넷제로가 달성 가능해진다. 이에 기후환경단체들은 초반부터 과감한 탄소감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목표 수립만큼 이행 여부 점검 중요해"


과감한 감축 목표가 나오지 못하는 핵심 원인은, '거버넌스' 문제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즉, 정부 관료나 경제·산업계, 학계를 위주로 정책이 논의되고, 기후위기 피해에 더 취약한 농민, 여성, 청소년, 노동자 등은 논의 구조에 빠져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김주온 녹전연 연구원은 2022년 10월 출범한 탄녹위 1기가 원전 산업 인사, 전 정부 관료, 기업인, 정부기관 연구자 중심으로 구성돼 다양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30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기존 30.2%에서 21.6%로 줄고, 2030 산업부문 감축 목표는 14.5%에서 11.4%로 하향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출범한 탄녹위 2기 역시 "시민사회단체, 청년, 농민, 여성을 대변할 구성원이 없다"고 꼬집었다.

탄녹위가 '정부 거수기' 역할이 되지 않으려면, 더 강력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현재 구조하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나 목표 설정은 달성되지 않아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목표 수립도 중요하지만 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는지 중간 평가 및 개선 절차를 의무화하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탄소중립 거버넌스가 예산과 입법 권한 모두 가지도록 바뀌어야 힘이 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