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 자유통일당 서울 구로구청장 후보(왼쪽)가 지난달 2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 후보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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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이 4·2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32%를 득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극우 정치세력화’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자유통일당 후보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추방’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유럽 극우정당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슬로건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극우 정당의 급부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2일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강산(35) 자유통일당 후보는 32%(2만8946표)를 득표해, 당선자인 장인홍(58) 더불어민주당 후보(56%·5만639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이던 문헌일 전 구청장이 자신이 세운 회사의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에 반발해 사퇴하면서 치러졌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단체장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덕분에 극우 성향 군소정당 소속인 이 후보가 사실상 ‘범보수 단일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구로구청장 선거 투표율이 25.9%에 그쳤던 만큼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12·3 내란 이후 국민의힘이 급격하게 극우화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극우 정당 후보가 유효 투표수의 3분의 1 가까이 득표한 것은 ‘극우의 정치세력화’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당의 정체성과 주류 구성 둘 모두에서 혼란에 빠져 있는 틈을 타 극우 세력이 (기성 정치에 한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우리나라 보수 정당이 ‘어떤 구호를 내걸어도 평일 대낮에 기본 3만명을 집회에 동원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면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선거 유세를 한 것도 심상찮은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이 후보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유세 지원을 받았다. 박상수 국민의힘 인천서구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의원의 구로구청장 선거 자유통일당 지원 유세를 두고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당의 노선에 대한 거대한 논쟁이었다”면서 당시 ‘큰 틀에서 자유통일당과의 합당을 열어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강산 자유통일당 서울 구로구청장 후보의 주요 선거 공약. 이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우선적으로 불법체류자와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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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가 ‘외국인 불법체류자와의 전쟁’을 제1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이민자 문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을 떠올리게 한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극우 정치의 확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도 지금처럼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선 극우 이념이 하층 노동자나 소외된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부상할 수 있다”이라고 짚었다.
주요 대기업과 제조업 사업장이 관세 장벽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한국판 ‘러스트 벨트’의 탄생이 극우 지지세를 더욱 불릴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윤 교수는 “기성 정치가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면 극우의 급부상을 제어할 수 있는 만큼,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거대 양당이 감세 경쟁을 하고 정부의 재정 역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불안 요인”이라고 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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