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디시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2025년 대학 미식축구 전국 챔피언인 오하이오 주립대학을 환영한 후 관중을 가리키고 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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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협상 중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매우 좋은 제안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협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회견 자리에서 “나는 죽음을 멈추고 싶다. 그 점에서 우리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이 전했다.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쪽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협상이 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다.
그는 전쟁의 책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돌리기도 했다. “바이든도 막을 수 있었고 젤렌스키도 막을 수 있었으며, 푸틴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의 책임에) 푸틴이 첫번째라고 치자. 아무것도 모르는 바이든이 두번째, 그리고 젤렌스키”라고 주장했다. 특히 젤렌스키를 겨냥해 “그는 항상 미사일을 구매하려고 한다” “자기 몸집의 20배나 되는 상대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미사일을 주길 바라면 안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 시작 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것은 내 전쟁이 아니라 바이든의 전쟁”이라면서 “나는 이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죽음과 파괴를 멈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휴전 중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 있는 민간 시설을 공격해 어린이 2명 포함 34명이 사망하고 119명이 부상을 입은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미 공습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고 유감을 표하는 한편 “그들(러시아)이 실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수’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공격이 “우크라이나군 지휘부 회의를 겨냥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엔엔(CNN)은 이날 분석 기사에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정확도가 높으며, 그 중 두 발을 (이어서) 사용한 것은 구조대원들도 공격하기 위한 어느 정도 목적과 악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한다고 짚었다. 보다 넓은 완충 지대를 원하는 푸틴이 수미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외곽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스크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러시아에 대한 충분한 압박이 없다면 그들은 전쟁을 계속하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순번의장국을 맡고 있는 폴란드의 라덱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은 외무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룩셈부르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지도자가 자신들의 선의를 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엘리나 발토넨 핀란드 외무장관도 “러시아가 평화 프로세스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미에 대한 공격은 미국 정부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상트페트부르크에 도착한 직후 일어났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나 키스 켈로그 특사를 비롯한 트럼프 내각 인사들도 러시아에 보다 강경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푸틴이 평화를 원하고 있다는 윗코프 특사의 견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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