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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이재명, 사적 이익 위해 공적 시스템 무너뜨려… 전체주의화 위험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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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주자 인터뷰]

한동훈 前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참여를 독려할 때 입었던 정장을 입고 나왔다. 그는 “계엄을 막는 것이 보수가 사는 길이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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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52) 전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성장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직접 키를 잡고 승부를 보겠다”며 “AI(인공지능) 3대 강국, 국민소득 4만달러로 ‘성장하는 중산층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중산층이 두꺼워지면 정치적 적대감도 줄일 수 있다”며 “우리는 중산층의 정당이어야지 부자 정당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일부 강성 지지층이 그에게 반감을 보인 데 대해서는 “그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계엄을 막는 것이 보수가 사는 길이었다”고 했다.

87체제 종식하고 AI 전환 대비해야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양쪽을 다 극복해야 한다. 시대 교체다. 1987년 만들어진 헌법에 계엄과 탄핵 조항이 있지만 그동안엔 아무리 싸워도 자제해 왔다. 미·소 냉전 때도 핵폭탄 버튼은 누르지 않는 균형이 있었는데 지금 한국 정치는 그게 깨졌다. 이걸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이재명 전 대표는 왜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건가.

“이 전 대표는 극도로 공적 마인드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 경기지사 시절 법인 카드를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자기 범죄 처벌을 막기 위해 위헌법률심판을 동원했다. 사적 이익과 진영의 이익을 위해 공적 시스템을 무너뜨려 온 그간의 행태를 보면, 전체주의화할 위험성이 대단히 크다.”

−대통령이 되면 거대 야당을 상대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건가.

“이번 대선은 서서 죽을 각오로 전쟁하듯 치를 것이고, 이길 것이다. 하지만 이기고 나서는 정치를 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실패는 결국 정치를 포기했다는 점에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문제가 많더라도 정치로 풀었어야 했다. 정치를 극단적으로 포기한 것이 계엄이다. 그런 방식이 너무 안타깝다.”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는 건가.

“좋은 정치를 하려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성과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필요하다. 개헌을 전제로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3년 만에 ‘리벤지(설욕) 매치’를 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 개헌에 참여할 인센티브가 커진다. ‘87 체제의 종언’뿐 아니라 ‘AX(인공지능 전환) 혁명’도 있다. 3~5년 사이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고 한다. 우리는 그걸 제대로 해야 할 임무가 있는 세대다.”

−AX 혁명을 정부가 주도할 수 있나.

“산업혁명 때만 보더라도 민간 영역에서 증기기관이 나왔다. 하지만 그걸 정치가 제대로 밀어준 나라만 산업화에 성공했다. AX 혁명에 우리가 올라타야 하는데 한·미·일과 북·중·러의 블록화 경쟁이 너무 노골화했다. 정부가 대놓고 지원하는 옛날 같은 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개입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모델이 필요하다. 나는 ‘미래 성장 2개년 계획’을 입안하고 실천하겠다. 성장의 문제에서는 박 전 대통령처럼 직접 키를 잡고 승부를 보겠다.”

−‘성장하는 중산층 시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AI 3대 강국, 국민소득 4만달러, 중산층 70% 확대로 성장하는 중산층 시대를 만들겠다. 근로소득세를 낮춰 중산층과 서민의 실질 소득을 늘리겠다. 우리는 중산층의 정당이어야지 부자 정당이 돼선 안 된다. AI 3대 강국을 위해 대기업도 병역특례를 통해 AI 분야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 전 대표는 15일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 조직인 ‘미래전략부’를 신설하고 AI 인프라 등에 총 2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한 전 대표는 “AI 혁명이 막 시작된 지금,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는 미래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의료 AI, 로보틱스, 국방 AI, 드론, 자율 주행 등 실제 응용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 ‘한국의 팔란티어(미국의 국방 AI 기업)’가 반드시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반감도 생겼다.

“그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계엄을 막는 것이 우리 보수가 사는 길이었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번 대선에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라도 나올 수가 있었을까.”

−계엄 해제 요구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악수를 했다.

“이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악수하는 그림을 만들려고 다가온 것이었다. 본회의장에 1시간 전부터 있었던 내가, 숲에 숨어 있다가 들어온 사람을 피할 이유는 없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본회의장 뒤쪽 벽에 붙어 섰고, 그래서 정면으로 찍힌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그날 밤 이후 이 전 대표가 내게 전화를 많이 했지만 받지 않았다. 뭘 하더라도 대화를 하는 순간 왜곡하겠더라. 내가 민주주의자이기 때문에 계엄을 막은 것이지만 이걸 야당과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맞지 않겠더라.”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원만하게 풀 순 없었나.

“그런 시도를 충분히 했지만 되지 않았다. 왜 안 됐는지는 이제 아시지 않나. 그게 어려운 분(윤 전 대통령)이라는 건 아시지 않나. 김건희 여사, 명태균, 이종섭, 황상무 관련 이슈는 나중에 정권을 위험하게 만들 문제다. 물밑으로 얘기해서 안 되면 ‘형님, 알았습니다’ 하고 끝내야 하는 건가. 그렇게 선택하면 나는 편하지만 우리 보수와 나라가 어려워진다.”

−경선 룰이 한 전 대표에게 불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금까지 그런 걸 기대하면서 싸운 적 없다. 하나하나 논평하자면 ‘이게 문제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안 하겠다. 지금은 이겨야 할 때다. 이길 수 있다.”

한덕수 차출 얘기하는 건 해당 행위

−국민의힘 안팎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나온다.

“이기는 게 우선이니 외부에서 중요한 분을 모시는 건 좋다. 그러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 (경선 후 단일화는) 누가 보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공정성의 문제고, 국민 보기에도 이상하다. 지금은 국민의힘의 시간이다. 이렇게 뜨거운 시기에 차출론을 얘기하는 건 해당 행위고, 패배주의다. 대선은 어떻게 되든 당권을 잡아 연명해 보려고 이러는 거 아닌가.”

−정치를 하면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점은.

“부족한 점이 많다. 모두를 만족하게 하기도 어렵고 관계도 쉽지 않다. 명분을 내세우다 보면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명분이 선명해야 국민께 설명이 되지만 그 선명함이 또 칼날이 된다. 그 과정에서 참 어렵고 괴로운 일이 많더라.”

☞한동훈

서울 현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21년간 검사로 일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돼 지난해 4·10 총선을 이끌었지만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작년 7월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참여를 독려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작년 12월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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