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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도끼로 깨서라도 구할걸”…세월호 구조 나섰던 선장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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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서 만난 조광원씨가 세월호 참사 때 구조와 수색을 했던 자신의 배에서 당시를 회고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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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날이 참 좋았다. 조광원(70) 선장은 16일 “그날은 오늘보다 맑았다”고 말했다.



    2014년 4월16일 아침, 그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바다에서 미역 작업을 하고 들어오던 참이었다. 그때 제주로 가는 여객선을 봤다. 세월호 참사 전이었다. 그땐 평소처럼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이라고만 생각했다. 조씨는 집에 돌아와서야 참사 소식을 들었다. “서울 사는 친구가 전화해 ‘병풍도 인근에서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며 상황을 물어요. 그러길래 ‘아, 아까 내가 봤던 그 배였구나’라는 예감이 탁 들더라구요.”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침몰 해역에서 동거차도는 불과 1.6㎞ 정도 떨어져 있었다. 조씨는 “구조작업을 하자”고 마을 방송을 했다. 조씨 등 주민들이 12척의 배를 동원해 현장으로 나갔다. 도착했을 때 세월호는 비스듬히 바다에 누워 있었다. 사고 해역 상공엔 헬기가 떠 있었고, 해경 배와 조업선들이 도착해 구조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해경에서 다 구조하겠지’라고 믿었던 조씨는 뒤늦게 “300여명이 못 나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그때 배에 있던 도끼와 큰 쇠망치로 배 유리창이라도 깨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겨레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서 만난 조광원씨 부인 김선희(오른쪽)씨가 세월호 참사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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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서 침몰하는 배를 본 주민들은 충격이 컸다. 조씨 등 주민들은 배를 2개 조로 나뉘어 날마다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섰다. 미역을 거두는 생업을 포기하고 수색 작업을 했던 주민들은 세월호 기름이 유출되자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조씨는 “그 오일펜스에 한 실종자의 주검이 걸려 수습했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당시 정부에선 주민들에게 생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85만3400원 준게 전부였다. 3년 후인 2017년 3월 세월호 인양 작업 때 흘러나온 기름이 또다시 미역 양식장을 덮쳤다. 화도 났다. 하지만 “죽은 사람들도 있는데…”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 해역은 조씨와 동거차도 어민들의 생활 터전이다. 조씨는 여전히 아침저녁 바다로 나간다. 조씨는 “세월이 지나니 기억이 무뎌지더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세월호 침몰 지점에 있는 부표를 보면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 생각이 나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부인 김선희(66)씨는 “몇 년 전 안산시 초청으로 단원고에 갔다가 추모관에서 아이들 사진 보고 주민들이랑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40년 뱃일을 해 온 조씨는 “큰 배나 작은 배나 안전을 위해선 절대 무리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팽목항 인근 진도국민해양안전관 들머리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 ‘맘’(MOM). 정대하 기자


    이날 조도면 팽목항(현 진도항)옆 공터엔 낡은 컨테이너로 만든 ‘세월호 팽목기억관’이 그대로 있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내용이 적힌 대형 펼침막이 눈에 들어왔다. 팽목항 인근 진도국민해양안전관 들머리에 12.5m 높이의 대형 조형물 ‘맘’(MOM)이 설치됐다. 자식의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처럼 대형 조형물의 가슴은 앞뒤로 뻥 뚫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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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팽목항(현 진도항) 공터에 있는 팽목기억관에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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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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