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수원시 장안구 창룡대로에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앞에 모인 정신장애인 단체 등 회원들이 부천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 수사 중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기자회견 뒤 수사를 재개했다. 부천W진병원 유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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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전국 20개 정신의료기관을 한 달간 방문조사하며 입원환자 격리·강박일지를 분석한 결과 526시간 최대 연속격리, 24시간 최대 연속 강박을 한 사례가 적발됐다. 인권위는 격리·강박을 수시로 하면서도 기록을 거의 안 한 인천 모아병원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입원환자 격리·강박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책권고를 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인권위는 정신병원 방문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두 개의 병원을 직권조사하고 이 중 인천 모아병원을 검찰총장에 고발하기로 했다. 모아병원은 12일간 의사 지시 없이 보호실에 환자를 격리 조치하고 기록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됐으며,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인계장과 간호기록지 사이에 큰 차이가 발견됐다고 한다. 고발은 지난 16일 열린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에서 결정됐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21일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인권 보호·향상을 위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격리・강박 지침을 법령화할 것 △보호사 등 격리·강박 수행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호사 교육을 강화할 것 △격리·강박실 규격 및 설비 기준을 마련할 것 △위법부당한 격리·강박 방지를 위하여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 △비강압적 치료를 제도화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2022년 1월8일 12일 이상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가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 의사 안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보호사와 간호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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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격리·강박 중에 입원환자가 연이어 사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된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제도에 대한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전국 20개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방문조사 개시를 결정한 후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인권위는 격리·강박일지, 다학제평가회의록, 격리·강박 관련 내부 규정 등 서류와 함께 보호실 구조 및 환경을 살펴보고 입원환자 및 의료진을 면담 조사했다.
20개 병원의 선정 기준은 최근 사망사건이 발생한 병원과 인권위에 반복하여 진정이 제기된 병원 등이었다. 한겨레가 지난해 사망사고를 집중 보도한 춘천예현병원, 서울 해상병원도 여기에 포함됐다. 인권위는 방문조사 과정에서 면담 조사에 응한 89명의 입원환자 중 본인의 진료기록 제공에 동의한 환자 88명의 최근 1년간 격리·강박일지(격리일지 167건, 강박일지 127건 등 총 294건)를 분석하고, 격리·강박일지와 실제 상황의 대조를 위해 격리·강박실 시시티브이 동영상 기록을 확인하는 등 보건복지부 격리·강박지침 준수 여부, 격리·강박 인력 현황, 격리·강박실 운영실태 등 전반적인 격리·강박 실태를 조사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피해자 박아무개(58)씨. 하반신이 끼이기 시작한 건 4월19일 새벽 2시12분이었는데, 5시37경 의료진이 처음으로 문을 열고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이때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다. 시시티브이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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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분석한 격리 167건 중 최대 연속격리는 526시간(21일22시간)이었으며, 24시간(연속 최대시간) 초과 격리 사례도 2개 병원에서 발견됐다. 강박의 경우 1회 최대 허용시간은 4시간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24시간 연속 강박 사례가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지침(이하 ’지침‘)에 따르면 격리 시행 후 다음 단계로 강박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격리 후 강박을 시도한 병원은 4개에 불과했다. 지침상 격리·강박의 1회 최대 허용시간은 격리 12시간이다.
인권위는 격리·강박실(보호실)과 관련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면적 및 설비의 편차가 컸으며 화장실을 내부에 설치하고 별도 가림막 없이 시시티브이를 설치·운용하거나 환기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지 않아 악취가 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격리·강박을 통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보호사의 경우 자격 기준 및 업무 범위 등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채용 전 범죄경력 조회 등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법 체계적 지위가 불분명해 규범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는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 지침’이 실효화될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등에 이를 법령화하는 것과 더불어, 불필요한 격리·강박을 최소화하고 신체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강압 대체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정부 차원의 관련 수가 도입 등 제도상 유인책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각각 5개의 병원과 보건소에 △격리(강박)실로 명시된 공간에서 입원환자를 격리·강박할 것 △ 병동 위생관리 의무 철저 준수 등을 권고할 예정이었으나 각 병원이 자체 개선 계획을 회신해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만 정책권고 의견을 내기로 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인권위의 조사와 더불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보건복지부의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실태조사 보고서가 오는 24일 공개된다"면서 "보건복지부 조사 과정에서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과정상 절차 위반행위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이번에 나온 인권위 정신의료기관 방문조사 결과는 24일 오후 열리는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다. 이날 보건복지부의 전국 정신병원 실태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되고 토론된다. 보건복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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