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친윤석열(친윤)계와 탄핵 반대(반탄) 진영 의원들을 대거 기용하며 후보 강제 교체 사태로 폭발한 당내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김 후보가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한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사과했다. 김 후보 자신은 반탄 진영에 머물면서 ‘대리 사과’로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가 이날 발표한 중앙선대위 인선에는 그와 함께 반탄 목소리를 높였던 친윤계 의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윤재옥 총괄본부장, 장동혁 상황실장, 박덕흠 조직총괄본부장, 임이자 직능총괄본부장, 강승규 홍보본부장, 김정재 미디어본부장, 이인선 여성본부장, 정점식 클린선거본부장 등이 임명됐다. 일부는 한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를 지지·추진했던 인사다.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를 유임하고, ‘아스팔트 반탄’인 박대출 의원을 새로운 사무총장에 지명한 데 이어 친윤계를 폭넓게 기용하는 모습이다. 강명구 일정단장, 조지연 메시지단장, 이용 수행부단장 등 윤 전 대통령 측근들도 포함됐다.

당내 갈등은 일단 묻고 ‘원팀’으로 대선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당내 세력이 없기 때문에 대선을 치르는 데 당 주류인 친윤계 도움이 필요하다. 후보 교체 파동으로 당 안팎의 비판을 받는 친윤계 입장에서도 김 후보로 최선의 성적을 내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태 위원장은 이날 새 비대위원장 내정자로서 김 후보와 동행했지만 거듭 김 후보와 결이 다른 메시지를 냈다. 그는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당 스스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했다는 것을 과오로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 후보는 기본 보수 지지층을 지키는 메시지를 내고, 개혁 성향의 김 위원장은 중도층 확장을 노리는 투트랙 전략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 후보가 해야 할 사과를 김 위원장이 대신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김 후보는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계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그간 불법계엄에는 비판적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사과 메시지를 낸 건 처음이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와 파면에 반대한 것을 두고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덕수 전 총리는 김 후보에게 요청받은 선거대책위원장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한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고사한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공동 유세 등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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