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노태우의 부인 김옥숙씨와 아들 재헌씨가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12 쿠데타와 5·17비상계엄 확대 등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고 노태우씨의 가족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 소식을 뒤늦게 안 5·18단체는 ‘몰래 참배’라고 비판했다.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는 19일 오후 노씨의 부인 김옥숙(90)씨, 아들 재헌(60)씨 일행이 국립5·18민주묘지와 망월동묘역(옛 5·18묘지)을 참배한 뒤 떠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관리사무소쪽에 알리지 않고 방문했으며, 한 수행원이 사무소에 들러 안내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방명록에 김씨 명의로 ‘광주 5·18 영령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과거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나름 노력하였으나 부족한 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원히 대한민국의 앞날을 굽어살펴 주시길 빕니다’라고 썼다.
휠체어를 탄 김씨는 5·18민중항쟁 추모탑을 참배한 뒤 망월동 묘역으로 이동해 고 이한열 열사 묘소에도 들렀다.
재헌씨는 “(어머니)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올해가 마지막 5월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모시고 왔다”며 “어머니 본인이 꼭 한번 와보고 싶다는 말씀을 항상 피력하셨다. 1988년에 처음 오신 이후에 꼭 한번 오시고 싶어 하셨는데 여의치 못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은 오월 영령에게 사죄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5·18기념재단은 광주 학살의 원인을 ‘유언비어’라고 쓰며 책임을 광주시민에게 돌린 노태우 회고록 수정을 요청했지만 재헌씨쪽은 긍정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후속 조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18기념재단은 노씨의 딸 소영씨의 이혼 과정에서 불법 비자금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10월 노씨 일가를 조세범 처벌법,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노씨 일가는 매번 5·18단체에는 알리지 않고 광주를 방문하고 있다”며 “오월 영령에게 진정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노태우 회고록 수정과 함께 비자금의 실체부터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는 1979년 12·12군사반란, 1980년 5·18 광주 학살에 관여하며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 중요 임무종사, 반란 중요 임무종사, 상관살해 미수, 초병살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