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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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은 한국에서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가장 강력한 집권 세력의 등장을 의미한다. 6·3 대선 개표가 87.17% 진행된 4일 새벽 1시50분 기준 48.35%에 이르는 득표율과, 여당이 된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수(171석)가 뒷받침하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자 앞엔 △국가 시스템 정상화 △12·3 내란 청산과 사회 통합 △성장 회복과 양극화 해소라는 복잡한 과제가 놓여 있다.
국정 정상화의 첫 단추 ‘인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대내외 현안을 푸는 게 급선무다. 이에 대응하려면 12·3 내란사태로 마비되다시피 한 행정부의 기능을 정상화해 국정을 안정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추가 바로 인사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선은, 공무원 조직이 ‘이 정부가 일하는 정부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신호이자, 국민들에게 이 당선자의 ‘통합 정부’ 의지를 보여줄 지표다.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 “이재명 정부의 유일한 인사 기준은 능력, 청렴함, 충직함” “파란색에 의지해 대통령이 되더라도, 빨간색 좋아하는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중도·보수 확장도 약속한 만큼 ‘탕평 인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인선 기준은 진보·보수의 통합이 아니라, 하자가 없고 이력을 볼 때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부, 기획재정부 등 핵심 부처는 차관급 인사부터 먼저 단행해 장악력을 높이고, 실무를 맡은 공무원 조직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란 종식과 사회 통합 동시에
내란 청산과 국민 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이 당선자는 선거 기간 “정치 보복은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탓에 내란 단죄는 곧 ‘정치 보복’이라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즉각 추진하려는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 내내 내란사태와 관련한 반성 없이 “특검으로 정치 보복을 하려 한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입법·사법·행정 삼권을 모두 장악해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 때문에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란 척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범위를 너무 넓히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는 식으로 내란 수사가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계엄) 사안은 구체적이기 때문에 (수사) 범위 설정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다당제가 뿌리내리고, 각 정치 세력이 협력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연합정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정치 양극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기 초반 2~3년 동안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 보면, 칼만 휘두르다 임기가 끝날 수 있다”며 “(대결 정치를 종식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나 개헌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복’과 ‘성장’ 그리고 양극화 해소
이 당선자는 지난 2일 한겨레 ‘뉴스 다이브’ 인터뷰에서 “정부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민생경제 실무단위를 모아 단기·중기·장기적 과제를 뽑고 대통령이 직접 관할해 업무를 처리하겠다”며, 대통령 당선 뒤 1호 업무 지시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가동을 꼽았다. 지난달 30일 강원 유세에선 “최우선적으로 강력하고 신속하게 해야 할 정책은 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30조원 이상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약속했다. 내란사태로 위기가 한층 깊어진 경제를 회복하고,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조처다. 이 당선자는 인공지능(AI) 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공약도 했다.
이를 두고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경제대응 티에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대응할) ‘통상 대응’과 ‘추경 추진’ 두 축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한 13조8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안 집행 이후 재정 상황을 확인해 10월께 2차 추경을 편성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에서 양극화 해소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당선자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과 복지, 분배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둘 다 추구해야 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 회복과 성장에 더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 산업을 발전시키면서도 그 산업의 성장이 일자리를 줄이는 등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 당선자가 공약한 ‘기본사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재원 마련을 위해 불로소득에 대한 공정 과세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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