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업무보고 매우 실망”
국정기획위 대변인을 맡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첫날 업무 보고에 대해 “자료를 보면 정말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며 “새로운 정부의 5년을 기획하는 문서라고 보기엔 수준이 뭐라 표현하기도 그런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보고 형식과 일정에 대해선 별도로 각 부처와 상의하겠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보고가) 공약 분석과 반영이 부족하고, 내용이 없고 구태의연한 과제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며 “새로운 정부에 맞는 비전이나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못했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 3년, 비상계엄과 내란 6개월 동안 공직 사회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이한주 위원장은 전날 기획재정부를 콕 찍어 불만을 표시했다. 이 위원장은 기재부 보고와 관련해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 2017년 업무 보고에 비해 공약에 대한 이해도와 충실도가 떨어진다”며 “공약과 관련한 업무 보고 내용이 덜 충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경제1분과장을 맡아 기재부를 담당한 적이 있다.
국정기획위는 기재부 권한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예산 편성 기능, 공공기관 평가 기능 등을 기재부에서 떼내는 것이 핵심이다.
업무보고 자료 정리하는 산자부 -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 보고를 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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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기재부에 대한 이 위원장의 평소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기재부가 고수하는 ‘재정 건전성’은 서로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이재명의 멘토’로 알려져 있는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책 노선인 ‘기본 시리즈’의 설계자다. 여권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경기연구원장 재임 당시부터 주장해온 기본 소득·지역 화폐 지급에 대해 기재부가 그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었다”며 “이 위원장이 기재부 권한이 너무 과도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걸로 안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이날 조직 개편을 둘러싼 기재부 내 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을 안 한다면 태업”이라고 했다. 국정기획위는 기재부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국방부 업무 보고에서도 질책을 쏟아냈다고 전해졌다.
국정기획위는 19일 금융위,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산업부 업무 보고에서 “3년간 이완된 정부 정책과, 지난해 겨울부터 대선까지의 기간에 많은 분이 흐트러져 있다”며 “흐트러진 상황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모든 걸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고용노동부 업무 보고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이 추진했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제는 보수적으로 갔으니, 사회 정책은 조금 더 진보적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노조법 2·3조 같은 사안들을 우리 사회가 좀 더 전향적으로 끌어안을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내년 건강보험료를 2% 내외 인상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건보료는 윤석열 정부에서 최근 2년간 동결된 상태다.
다만, 이한주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있다. ‘해체’ 수준의 기재부 개편에 대해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며 “기재부가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해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타당하지만, 지금 어려운 상황인데 부처를 쪼개 놓으면 정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해 설치하는 ‘국정자문단’에 야당 인사들을 참여시키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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