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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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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와의 관세 협상 “일본 실수에서 교훈 얻어야…협상 타이밍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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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국회미래연구원이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새 정부의 한미관계 포럼에서 발표자들이 한미관세협상과 한미동맹의 미래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원호 현대자동차 글로벌 경제안보실장, 최종건 연세대 교수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영배 의원, 김건 의원, 김준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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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미래연구원이 16일 외교 전문가와 여야 국회의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새 정부와 한미 관계’를 주제로 연 ‘코리아 컨센서스 제3회 국회외교안보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관세 협상을 비롯해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열띈 토론을 벌였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단지 몇 퍼센트의 관세 유예를 얻어내는 기술적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미관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중요한 계기이고, ‘동맹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한미 관계의 미래에 대한 능동적 설계와 유연한 자율성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수록 한중관계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봤다. 그는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한중관계는 철저히 계산되고 설계된 관계여야 한다”면서 “한중관계를 한미관계와 미중관계의 종속 변수로 두게 되면 우리의 외교적 입지와 대미 레버리지가 약화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첨단 산업의 중간재, 원자재 공급망 확보, 한반도 비핵화, 안보리 제재 이행, 동북아 역내 안정 등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관여해야 할 핵심 전략 상대국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외교 다변화를 실시하고, 정부 내에서는 경제 안보의 컨트롤타워를 강화해 외교부, 산업부, 기재부, 통상본부를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최 교수는 제안했다.



    연원호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제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이후 지금은 ‘협상의 단계’로 넘어왔다”면서 “미국은 일단 현재 관세와 관련해서는 협상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 실장은 일본과 미국의 협상을 보면 일본이 두 번의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실수는 일본이 처음에 상호 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등을 전면 철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과 협상을 한 것이고, 두번째 오판은 미국 내 투자나 현지 생산, 고용 등을 강조했는데 실제로는 무역 적자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현재는 관세의 완전 철폐가 아닌 완화로, 미국 무역적자 해소를 구체적 수치로 보여주는 쪽으로 현실적 목표를 잡고 있는 상황이 한미 협상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연 실장은 강조했다.



    연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아마 ‘윈-윈’일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내용은 한미가 ‘윈윈’이 되더라도 전략적으로는 미국이 이긴 듯 보이는(윈-루즈) 포장을 전략적으로 잘 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미 관세 협상을 되도록 조기에 타결하는 게 나은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버티며 기다리는 게 나은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다.



    연원호 실장은 “관세 협상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더 불리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상호관세를 20%에서 30%로 높인 것처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계속 롤로코스터식으로 압박하고 더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을 되도록 조속히 타결해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도 “제일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면서 “계속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어느 순간에 일본은 타결되고 우리만 관세가 높아지면 최악의 상황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하고, 유럽연합과 일본이 미국과 타결하기 직전에 우리가 타결하는 것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우리가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올려주고 한미동맹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서 첨병이 되어야 하는지 국민에게 묻고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지 않으면 그 위험이 곧바로 닥쳐오게 된다”면서 “이 상황을 외교 다변화의 기회로 여기고 느리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다양한 목록 가운데 쌀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등 농산물 개방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적으로 어렵지만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요구하는 목록 가운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협상을 통해 개방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규제하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기도 하고 실제로 개방해도 우리 농업에 아주 큰 타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통상 정책의 핵심에서 미국 국내 정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한테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미국 국내 정치를 움직여서 트럼프와 협상을 타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카드가 농산물”이라면서, “한미 통상 협상은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고 어떻게 국내 정치적 부담을 끌어안고 갈 거냐의 문제여서 고민이 있다”고 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의 국가 전략과 레버리지를 강조했다.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 우리가 반도체, 선박 등 중요한 몇 가지 품목을 가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가, 또 평화를 어떻게 레버리지로 쓸 수 있느냐도 과제”라면서 “올해 아펙(APEC) 정상회의를 통해 남북·북미관계 등 한번도 상황의 변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올해 시작한 코리아 컨센서스 외교안보포럼은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시기에 여야·진보 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어 초당적으로 외교 안보의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한일관계에 대한 포럼을 국회에서 열 예정이다.



    글·사진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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