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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만화와 웹툰

    눈 마주치면 사게 된다 만화풍 표지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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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크게 그려 시선 빼앗는 효과

    젊은 독자는 만화풍 표지 더 선호

    조선일보

    SF 비평서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북트리거


    대학생 신재은(26)씨는 최근 서울 광화문의 대형 서점 매대에서 책 한 권과 눈이 마주쳤다. 일본 만화 같은 얼굴 그림이 표지에 크게 그려진 SF 비평서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북트리거). 신씨는 “매대 책 내용을 모르니 눈이 먼저 가는 책을 펼치게 되더라”며 “책 소개를 읽다 보니 궁금해서 한 권 샀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도서 표지에 만화풍 얼굴 그림을 그려 넣는 일이 유행이다. 그동안 텍스트를 강조하는 작은 표지나 자연 사진 표지가 많았는데, 최근 얼굴 그림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로 제목의 의미를 표현하거나 주인공의 얼굴을 그린다.

    지난달 출간한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은 제목의 의미를 담았다. 책을 디자인한 정은경 디자이너는 “제목처럼 망가진 세계를 돌파해 나가는 가상 인물을 떠올리며 만화적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김지영 북트리거 편집장은 “독자들 시선을 끄는 장치이기도 하다”며 “특히 SF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취향이 만화와도 연결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금희의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무제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8위에 올라 있는 김금희의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무제)의 표지는 주인공 얼굴이다. 무언가에 깜짝 놀란 듯한 표정에 소설 한 대목처럼 우산을 안고 있다.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온 이 책은 배우 고민시가 주인공 목소리를 맡았다. 배우 이미지를 느끼도록 표지를 그렸다고 한다. 김아영 무제 이사는 “마치 영화 포스터 같은 얼굴 그림이 주인공을 더 애틋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청소년 소설 '파이트'/창비


    5월 출간한 청소년 소설 ‘파이트’(창비)는 캄보디아에서 자란 열일곱 살 ‘하람’이 격투기 선수라는 꿈을 찾아 한국으로 가는 이야기다. 표지에는 핸드랩을 감고 있는 주인공의 당찬 눈빛이 그려져 있다. 인물에만 유광 코팅해 얼굴에서 빛이 나게 표현했다. 안신희 창비 편집자는 “독자들이 명료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표지를 보면 궁금증을 갖게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출판 업계는 표지에 인물을 크게 그리면 사람의 시선 특성상 인물과 눈이 마주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책보다 먼저, 자주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것. 온라인 서점 스크롤을 내리다가도 한 번쯤 멈추게 된다. 만화풍 그림은 출판계 주 독자층인 20~30대 여성들의 감각에 들어맞기도 한다.

    한미화 출판 평론가는 “만화풍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는 현상도 반영됐다”며 “젊은 독자들은 예술적 표지보다 만화풍 표지를 관심 있게 바라본다”고 말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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