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아 기자회견 열고 ‘가자 점령 계획’ 공개
기아 심화···어린이 등 217명 영양실조 사망
10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스크린에 가자지구의 남은 하마스 거점 지역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두 지역에 대한 공습 계획을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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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뿐 아니라 중부 난민 캠프에 대한 공습 계획을 추가로 공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 계획에 비판을 쏟아낸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완전히 격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내외신 기자들과 잇달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8일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승인한 점령 계획에 가자시티 뿐 아니라 중부 난민 캠프에 있는 하마스의 거점을 해체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70~75%가 우리 통제 하에 있다”며 “북부 가자시티와 중부의 해변 캠프 등 남아 있는 두 곳의 하마스 거점이 우리의 공격 목표”라고 말했다.
중앙 난민 캠프는 앞서 안보내각이 발표한 공습 계획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엔에 따르면 이 지역에 약 50만명에 이르는 피란민이 거주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우리의 전쟁을 승리로 끝내겠다고 결심했으며, 우리 예비군들의 노고를 알기에 이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다”며 “군에 가자시티 장악에 걸리는 시간표를 단축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작전 준비에 수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가자지구 장악 작전에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10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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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공습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속도전을 강조한 배경에는 극우 연정세력의 반발이 있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완전 점령’ 계획을 발표한 뒤 안보내각은 첫 단계로 가자 북부 가자시티 점령 계획을 내놓자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작전이 제한적이라며 “결정적 승리를 목표로 하지 않고 하마스에 부분적 인질 거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군사작전에 나섰다”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WSJ는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의 요구와 군부의 견해, 국제 사회의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했다”고 평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날 밤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며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 하마스 격퇴를 위해 가자지구에 남은 하마스 거점을 장악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앞서 프랑스, 영국, 슬로베니아, 덴마크, 그리스 유엔대사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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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 완전 점령 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뉴욕에서 긴급회의를 가졌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그리스, 슬로베니아 등은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유엔 주재 영국 차석 대사 제임스 카리우키는 “군사작전을 확대는 갈등 종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문제 해결이 아니라 더 많은 유혈사태로 이어질 뿐”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대표단은 가자지구 안보 보장을 위한 “임시 국제 안정군”을 파견할 것을 촉구했다. 알제리 대표단은 “인류의 적에게 제재를 가할 때가 왔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중국 대표단은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집단 처벌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러시아 대표단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는 무임승차권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는 상임이사국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리대사 도로시 셰이는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마스가 제기하는 위협을 종식시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짜로 굶주리는 아이들” “눈을 뜨라, 하마스의 거짓말” 등의 문구를 회견장에 띄운 후 하마스가 가자지구 기아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의 사진 중 일부는 유전적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5일 뼈만 남은 18개월 아기 사진을 신문 1면에 게재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사진은 가짜 뉴스이기 때문에 이 신문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기아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이날 가자 보건부는 5명이 추가로 굶어 죽었으며, 영양실조로 사망한 이가 217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중 어린이는 100명에 달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중옹 책임자 아흐마드 알헨다위는 “식량, 물, 의약품이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국경 검문소에 대기하고 있는데, 최소 100명의 아이들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는 세상을 우리는 대체 어떻게 만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두 살 팔레스타인 아이가 어머니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샴은 간 비대, 심각한 영양실조, 복부 심각한 부종을 앓고 있으며 체중이 4㎏까지 줄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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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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