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만경대혁명학원과 칠골혁명학원 원아들이 지난 9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해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고 보도했다./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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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말 한마디로 우정이 깨질 수 있다.” 북한이 관광 명소로 내세우는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 러시아인들이 긍정적인 후기를 종용받았다고 증언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원산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들의 방문기를 지난 12일 보도했다. 이들은 수영장이 있는 화려한 고층 호텔에 묵었으며 푸아그라와 반죽 치즈 등이 포함된 최고급 뷔페 식사를 즐겼다고 한다.

러시아 관광객 다리아 폴리시추크(22)는 “누군가 사진으로 보여줬다면 결코 북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외관상 여느 유럽 리조트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주민들도 미소를 띤 채 오갔고, 자신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는 등 호의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원산 관광지구에 있던 이들이 진짜 주민이 아닌 연기자로 의심된다는 후기도 있었다. 러시아 신문 콤메르산트의 기자인 아나스타샤 돔비츠카야는 “(원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러시아어를 알아듣고 심지어 완벽하게 말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거리는 너무 한산했고 온종일 당구만 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연신 담배만 피웠다고 한다.

돔비츠카야는 “당구 커플은 최악의 역할은 아니었다. 또 다른 커플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을 연기해야 했다”며 “어떤 다른 사람은 제방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했으며 베란다에 자리 잡은 이는 맥주를 홀짝거렸는데 컵에 담긴 맥주는 거의 줄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일 "당의 은정속에 마련된 문화휴식터마다에서 인민의 기쁨 넘친 웃음소리 울려퍼진다＂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비롯한 여러 물놀이장을 소개했다.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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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은 이곳에서 유명인 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북한 주민은 이들을 볼 때마다 손을 흔들거나 “러시아”를 외쳤다고 한다. 다만 관광객이 주민에게 말을 거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으며 호텔 방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가이드와 동행해야 했다. 가이드들은 이들을 성심성의껏 챙기면서도 ‘양국 간의 우정은 여러분이 대중들에게 전하는 내용, 우리에 대해 말하는 내용에 달려 있다’며 긍정적인 내용의 후기를 남기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리는 北 원산지구 지난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해수욕장 사진. 노동신문은 지난 1일 개장한 이곳을 방문한 주민들이 “최상의 문명을 맛보았다”며 감격했다고 보도했지만, 앞서 다녀간 러시아 기자는 해변이 텅 비어 있고 종일 여기 머무르는 사람들이 정말 관광객인지 의심스러웠다고 전했다./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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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에 대한 개인 숭배는 옛 소련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북한 지도자의 초상화나 동상을 촬영할 땐 그 모습이 온전히 보이도록 찍으라고 했으며, 김정은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잘려 있으면 가이드는 사진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폴리시추크는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잡지를 책받침처럼 받쳐 양식을 작성하다가 승무원에게 주의를 받았다”며 “잡지에 북한 지도자의 사진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스페인 휴양도시 베니도름를 모델로 개발한 휴양지다. 지난달 초 이 관광지구를 개장한 북한은 당시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이곳으로 초청한 이후 러시아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북한은 연간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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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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