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배신자” 선동으로 ‘출입금지’
‘제명’ 등 중징계 기류서 슬금슬금 ‘후퇴’
일부 윤리위원 “징계감도 아니니 주의만”
쇄신파 거세게 반발···안철수 “속에 천불”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해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된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김건희 특검의 압수수색에 반발해 농성 중인 김문수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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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에게 14일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 지도부의 엄중 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징계에 그친 것이다. 당이 극우화화며 전씨에게 포획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쇄신파들 사이엔 “국민의힘 치욕의 날”(안철수 당대표 후보)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 회의 후 “전씨가 깊이 잘못을 뉘우치고 향후 재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경고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리위는 정치기관이 아니다.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면서 “물리적인 폭력도 없었고, (그 이상의) 징계는 과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위원들 사이에 중징계 의견은 없었고, ‘징계 거리도 아니니 주의만 주자’는 의견과 경고로 하자는 의견이 갈려 다수결을 통해 경고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연설 중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선동하며 소란을 일으켜 중앙윤리위에 회부됐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일 전씨의 전당대회 행사 출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전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된다”며 윤리위에 엄중한 조치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전씨를 당에서 내보내는 제명 등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기류였지만, 윤리위가 경고 처분을 내리면서 그에 한참 못 미친 결정이 나왔다.
당에서는 유력한 당대표 후보들이 전씨 유튜브 ‘면접’에 나가 당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장동혁 후보), “윤 전 대통령 재입당을 받아주겠다”(김문수 후보)고 말하는데, 전씨를 ‘윤석열 어게인’이라고 징계할 수 있냐는 한탄이 나온다. 장 후보는 전날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당을 지키고자 한 전씨를 나가라고 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전날 YTN라디오에 나와 전씨 등 ‘윤 어게인’ 세력에 대해 “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다 손을 잡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전씨를 끌어안는 인식을 보였다.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14일 전한길씨에 대한 징계 논의를 위한 중앙윤리위원회를 주재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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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서는 전씨가 최근 부산·대전 합동연설회 현장에서는 충돌을 빚지 않은 점, 김건희 특검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로 당의 단합이 중시되는 상황 등이 전씨의 경징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씨는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좋은 소식이 있다”며 “가장 가벼운 경고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윤리위 회의에 가서 소명하고 온 그는 “전한길이 가해자 아니고 피해자라고 소명하니 그분들(윤리위원)이 납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특검에 압수수색 당하는데 우리끼리 징계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좌파 언론과 한동훈 세력”이라며 “윤리위에서 다 알고 계시더라”고 말했다.
당내 쇄신파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안철수 후보는 페이스북에 “당원들 앞에서 난동을 부린 미꾸라지에게 경고요?”라며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라고 적었다. 그는 “소금을 뿌려 쫓아내도 모자란 존재다. 한 줌도 안되는 극단 유튜버와 절연도 못 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나”라며 “속에 천불이 난다”고 말했다. 조경태 당대표 후보는 윤리위원들을 겨냥해 “윤리위에 앉아있을 자격도 없다”며 “당대표가 되면 (전씨를) 단칼에 제명하겠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아니라 극우의 힘이 된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라며 “전씨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가는 국민의힘이 됐다”고 탄식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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