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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李 “日과 획기적 경협”… 일본 주도 ‘환태평양 경제협정’ 가입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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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韓日정상회담] 방일 앞두고 日언론과 인터뷰

    조선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국)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당시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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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과거사 문제 전반에 대해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질의응답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다만 문제에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을 최대한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오는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사’와 ‘미래’를 함께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전임 정부 시절의 한일 합의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책 일관성과 국가의 대외 신뢰를 생각하는 한편, 국민과 피해자·유족 입장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감정의 문제이므로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일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합의를) 존중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며 “해원(解冤)이라는 말처럼, 원한 같은 것을 푸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와 2023년 윤석열 정부가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해 제시한 ‘제3자 변제 해법’을 유지하겠지만, 일본도 합의 내용과 한국 국민 감정을 고려한 태도를 보여달라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고 이를 넘어서는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1998년 발표된 이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공동 결의했다. 이시바 총리가 이런 태도를 보여준다면 새로운 한일 관계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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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오부치 "통절한 반성" - 1998년 10월 8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왼쪽) 당시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와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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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일 관계는 김대중 정부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과거사에 대해선 일본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되 그것 때문에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셔틀 외교를 이어가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새로운 한일 관계 선언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획기적인 경제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며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 기구” 구축을 논의하자고 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 중국의 기술 부상에 맞서 일본과 호주 등이 주축이 된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 관리를 위해서도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이 든든한 토대가 돼야 한다”며 “경제든 안보든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관계”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중 관계는 중·일 관계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한국 단체 관광 허용 등 일부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서해에서 해상 구조물 설치 문제로 갈등도 있다”며 “그렇지만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단절할 수 없는 존재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현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관계 변화가 이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적극 추진하는 배경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구조의 변화로 우리의 대중 무역 흑자가 적자로 전환되고,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예전만 못해 중국보다는 미·일 중심 외교를 하는 것이 ‘실용 외교’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제가 정말 고민되는 것은 국가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일본 순방을 가게 된다. 현재 국제 정세와 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중에 풀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태평양 연안국의 거대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이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추진됐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탈퇴했고 일본 등 남은 회원국이 CPTPP를 만들었다. 현재 일본, 멕시코, 싱가포르,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베트남, 페루, 말레이시아, 칠레, 브루나이, 영국 등 12국이 회원국이며 신규 가입을 위해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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