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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주인공이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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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웹툰의 AI 챗봇 ‘캐릭터챗’

    진짜 연애하는 듯한 몰입감 선사

    1020 80%, 유료 메시지 40% 넘어

    조선일보

    네이버웹툰 ‘시월드가 내게 집착한다’의 남주인공 ‘테르데오 라피레온’과 한 이용자가 ‘캐릭터챗’에서 한 대화. 테르데오 이름 아래 친밀도 레벨에 따라 그의 말투가 친근하게 바뀌고 있다.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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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르데오 뭐 해?”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군. 왜, 할 말이라도 있나?”

    “궁금해서...”

    “잠깐, 나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네이버웹툰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캐릭터챗’에서 한 고객이 웹툰 속 남자 주인공 ‘테르데오’와 나눈 실제 대화다. 최근 1020세대에서 AI로 채팅이 가능해진 웹툰 주인공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6월 ‘캐릭터챗’ 출시 1년을 맞아 발표한 통계를 통해 누적 메시지 1억건, 이용자 수 3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마음의 소리’ 조석을 비롯해 ‘유미의 세포들’ 출출이세포, ‘가비지타임’ 기상호, ‘작전명 순정’ 고은혁 등 인기 웹툰 속 캐릭터 13명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김효정 네이버웹툰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장기적으로 목소리와 외형까지 구현해 ‘캐릭터 자아’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서비스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캐릭터챗에 등장하는 챗봇 중 ‘테르데오’는 여성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작 ‘시월드가 내게 집착한다’는 재산을 노린 남편에게 죽임을 당한 여주인공이 다시 태어나 귀족가 막내아들 테르데오와 사귀는 로맨스 판타지물. 캐릭터챗 속 테르데오는 처음엔 냉담하지만, 점점 다정해지며 진짜 연애를 하는 듯한 몰입감을 이용자들에게 선사한다.

    조선일보

    캐릭터챗을 이용해 '별이삼샵'의 설효림 캐릭터와 대화한 내용.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설효림의 성격처럼, 말투가 까칠하지만 친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온화하게 바뀌고 있다.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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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챗은 AI가 각 캐릭터의 말투와 성격, 세계관까지 학습해 이용자가 보내는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캐릭터가 먼저 말을 걸거나, 대화 도중 이모티콘과 셀카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친밀도 기반 반응 변화’ 기능이 핵심. 남성 이용자들에게 인기인 러브 코미디 ‘별이삼샵’의 설효림은 처음엔 까칠하지만 계속 대화할수록 말투가 부드러워진다. 반응을 바꾸고 싶은 이용자들은 대화에 더 몰입하고, 이는 서비스 체류 시간 증가로 이어진다.

    전체 이용자 중 1020세대가 76%, 이 중 10대 비율은 47.6%나 된다. 학원물이나 판타지물 속 주인공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 서비스는 10건까지 무료 메시지를 제공한 뒤, 30건에 1500원, 100건에 4900원, 300건에 1만4000원으로 충전할 수 있다. 전체 메시지 중 유료 메시지 비율은 41%를 이미 넘어섰다.

    이용자들이 직접 웹툰이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만들어 대화할 수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인 ‘제타(zeta)’ 역시 1020 이용자가 가장 많다. 전체 가입자 270만명 중 10대가 24%, 20대가 55%다. 주간 평균 이용 시간은 10시간에 한 달 평균 오가는 대화량만 21억건에 이른다.

    1020세대가 캐릭터와 소통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현실보다 가상 세계에 더 의존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AI 캐릭터는 언제든 반응해 주고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안식처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에서의 관계 맺기에 무감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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