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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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김용원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지난 5월 교체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인권위는 이 하드디스크를 담당 부서가 갖고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해 행방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인권위에 김용원 상임위원의 종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 상임위원이 지난 5월2일 메인보드 불량을 이유로 컴퓨터를 교체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교체 이전 컴퓨터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뒤 컴퓨터를 교체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상임위원도 전날 오전 열린 제24차 상임위원회에서 “특검이 공문을 보내 내 피시(PC)를 내놓으라고 했고, 곧 제출될 것으로 안다”며 “이를 증거인멸 의혹으로 모는 것은 야비하고 저질적인 업무수행 방해”라고 주장했다. 컴퓨터 교체에 대해서는 “인권위에 올 때부터 구형이던 컴퓨터가 계속 에러가 나서 외부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4월24일 외부망에 문제가 생겨 전산팀 담당자가 고친 뒤 ‘곧 새 피시가 올 건데 새것으로 고쳐드릴까요’라고 제안해 그렇게 하라고 해서 바꿨다. 증거를 인멸하려면 내가 먼저 나서서 컴퓨터를 교체해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김용원 위원이 '메인보드 불량'을 이유로 자신의 피시를 5월2일 교체했다”며 "하드디스크 폐기 내역은 없고, 이전 하드디스크는 로우 포맷해 보관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하드디스크의 행방이다. 인권위 직원들의 컴퓨터와 내부 전산망 관리를 담당하는 정보화관리팀 관계자는 김용원 위원의 이전 하드디스크에 대해 “회사 컴퓨터는 다 정보화관리팀에서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용원 위원의 이전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현재 갖고 있는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하드디스크 행방을 묻는 문자메시지 질문에 “나는 피시의 하드디스크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직원이 새 본체 설치해주고 원래 것은 다 들고 나갔다. 내가 하드디스크 따로 떼어내 내게 주라고 시켰을 것 같냐”고 답했다.
국가 기관인 인권위에서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은 모두 관리번호가 지정된 국가 물품이다. 국가 물품으로 등록되면 일정 기간이 지나야 절차에 따라 폐기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인권위와 김용원 상임위원은 하드디스크의 행방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김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맡은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가 채상병 사건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 대한 진정과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또 김 상임위원이 2023년 8월9일 채 상병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8월1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입장을 바꾼 경위도 살펴 보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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