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트럼프 압박 속 열리는 80주년 유엔총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유엔총회 행사장 모습. 캐내디언프레스/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창설 80주년을 맞은 유엔이 2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고위급회기를 연다. 이번 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공세로 인해 유엔의 위상과 역할이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진행된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오전 연설에서 분쟁 중재 노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연설 내용에 대해 “7건의 세계 전쟁과 분쟁을 종식한 것을 포함해 (취임) 8개월 만에 이룬 역사적 성과를 강조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며 “미국 힘의 회복”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에서 북한 등 한반도 관련 언급이 나올 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백악관의 주장과 달리 7개 전쟁(이스라엘·이란, 콩고민주공화국·르완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태국·캄보디아, 인도·파키스탄, 이집트·에티오피아, 세르비아·코소보 충돌) 대부분은 전면전이 아니었고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핵심 공약이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실망감을 표출하며 교착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영공 침범 문제에 따른 유럽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최대 쟁점인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놓고 미국과 나머지 서방국들 간 분열도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 등에 이어 프랑스도 이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반면 미국은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라며 반발하며 팔레스타인 대표단의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안지구에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따로 회담할 예정이나 전쟁 종식 해법을 찾을 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유엔총회의 모토는 ‘함께하면 더 낫다’(Better Together)이다. 연말에 10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외교 월드컵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득점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관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이란 핵문제 등 통상적인 의제들과 함께 신흥안보 관련 논의도 진행된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토의 주제는 인공지능(AI) 거버넌스인데, 이달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토의를 주재한다.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 JFK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집권기보다 더욱 노골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유엔은 안팎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외교 자체에 근본적인 회의감을 갖고 있다. 재집권 이후 파리기후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인권위원회, 유네스코(UNESCO)에서 탈퇴했고, 유엔의 개발·환경 목표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이는 곧장 유엔에 대한 재정적 기여 약화로 연결되고 있다. 평화유지군(PKO)과 인도지원 예산을 철회·삭감했고, 정규 분담금도 1년 넘게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분담금 규모는 유엔 전체 예산의 22% 정도여서 미국이 계속해서 분담금 납부를 미루면 유엔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압박하면서 유럽국들의 인도 지원 여력도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이 마련한 내년도 정규 예산에 따르면 자원은 올해 대비 15.1%, 인력은 18.8% 감소하게 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리더십 공백 속에 ‘미국 없는 유엔’을 모색하는 것이 유엔의 과제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잘리 다얄 포드햄대학 교수는 NPR에 “미국은 빈곤 경감, 공중 보건, 성평등 등 유엔 활동을 근본적으로 뒷받침하는 모든 영역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아네스 칼라마르 사무총장도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의 정부는 글로벌 문제에 대한 글로벌 해법을 찾는 일에 아무 관심이 없다”며 “이것은 후퇴가 아니라 파괴”라고 말했다.

    한편 시리아는 지난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한 반군 지도자 출신 아메드 알 샤라 임시대통령이 연설한다. 시리아 정상으로는 1967년 이후 58년 만의 유엔 참석으로 시리아의 외교적 고립 종언을 세계에 알리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 담당 부상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그동안 내내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참석해 왔다. 북한이 차관급인 고위급 인사를 미국에 보내는 것을 두고 북·미 대화를 위한 탐색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한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