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대충, 열심히… 계속 노래하게 하는 주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리더 윤덕원

    에세이·노래 가사 등 담은 책 펴내

    2005년 데뷔한 4인조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는 ‘대충’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미니 앨범 ‘앵콜요청금지’(2007), 1집 ‘보편적인 노래’(2008), 2집 ‘졸업’(2010)의 연이은 성공으로 당대 인디 음악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0·2011 두 차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 록 부문을 거머쥐었다.

    팀의 작곡을 전담한 리더 윤덕원(43)이 올해 데뷔 20주년에 발간한 에세이집과 책을 주제로 한 동명 신곡의 제목이 뜻밖인 이유.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이라 제목을 붙인 책에는 에세이 39편과 그간 써온 노래 14곡 가사, 앨범 소개문 13편이 실렸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윤덕원은 “책 제목이 가장 솔직한 내 심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이태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세이의 대부분은 특히 팬데믹 기간 한 잡지사 연재 글을 엮은 것이다. 윤덕원은 “평소 군더더기 빼기에 치중하며 쓰던 가사와 달리 줄글은 어느 정도의 물량과 말맛을 채워야 하는 방향성이 달라 고전했다”고 했다. ‘졸업’ ‘이웃집 소음’ 등 일상 소재를 가사로 즐겨 써 온 그지만, “조소의 본을 뜨듯, 가사들은 저 자신을 닮긴 했지만 개인적인 면은 최대한 깎아낸 반면 글은 더 내밀해지더라”고 했다.

    실제 책에는 윤덕원이 “(음악을) 접을까”란 생각을 했다거나, ‘이제 다른 일을 알아보려 한다’는 메모를 썼다는 고백도 담겼다. 그는 “팬데믹 기간이라 공연이 어렵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30대 청년기의 마무리이자 속에 있는 창작 아이디어를 다 끄집어내 소진됐다는 압박감이 있던 시기”라고 했다.

    그런 압박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을 쓰면서 배운 “대충의 자세”였다. 책에 실린 글 ’올해의 목표는 대충하는 것’에는 윤덕원이 초등생 시절 ‘청소를 대충 끝내고 집에 갔다’며 일기를 적었다가 선생님에게 혼난 경험이 쓰였다. 그는 “이후 한동안은 ‘대충’을 게으르다와 동급인 표현처럼 느꼈지만, 사실은 이 단어가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기 위해 꼭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해 5년 만에 발매된 브로콜리너마저의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 역시 “이 책을 쓰던 당시의 마음들이 예문처럼 담긴” 앨범이다. 그는 “합격점을 받는 노래가 적어 앨범 발매 주기가 길어지고 과작(寡作)에 머물렀다”며 “전업 뮤지션의 삶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찾아와 여러 가지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책에선 이 불안감을 “마음속 꼰대 상사들”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 재학 중 노래패 메아리 활동을 하며 팀의 원년 멤버 대부분을 만났다. 윤덕원은 “이젠 학생 밴드로 출발해 전업 밴드가 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시대”라며 “대충, 열심히의 자세로 계속 오래 노래하는 행운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윤수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