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리먼 컬렉션 국내 첫 상륙
국립중앙박물관서 내달 14일부터
오귀스트 르누아르, ‘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1891년경). 캔버스에 유화, 40.6×32.4㎝.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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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로버트 리먼 컬렉션이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다음 달 14일 개막하는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조선일보사가 국립중앙박물관·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주최로 개최하는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로버트 리먼 컬렉션 중 프랑스 근현대 명화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로버트 리먼(1891~1969)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경영 가문의 일원이자 최정상 예술품 수집가. 굵직한 컬렉터였던 아버지 필립 리먼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최고급 예술품을 보며 성장한 그는 뛰어난 감식안을 바탕으로 다른 전문가의 자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직관에 따라 작품을 수집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방대한 컬렉션을 평생에 걸쳐 구축한 그는 2600여 점에 달하는 수집품을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기증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함께 감상해야 한다”는 신념이 바탕이 됐다. 1975년 개관한 리먼 윙(전시관)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19세기 프랑스 미술의 세계적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폴 고갱,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1892년), 종이에 유화, 캔버스에 붙임. 109.9×89.5㎝.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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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랑스 근현대 명화는 로버트가 194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수집하며 수집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던 대표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프랑스 명화 소장품으로 인상주의가 어떻게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며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는지 조명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리먼 컬렉션을 중심으로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회화와 드로잉 총 81점을 전시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1892)와 ‘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1891년경),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1892),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1888), 앙리 마티스의 ‘의자 위의 누드’(1920) 등을 볼 수 있다. 양성혁 전시과장은 “보통 서양 미술사의 한 흐름으로 다뤄온 인상주의를 한 수집가의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과수원’(1888년), 캔버스에 유화, 72.4×53.3㎝.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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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리먼은 어떤 시선과 관점으로 인상주의를 수집했을까. 전시를 담당한 양승미 학예연구사는 “리먼은 생전 일기를 남기거나 자신의 수집에 대해 글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남긴 컬렉션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리먼 컬렉션을 보면 주요 미술사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려는 리먼 가문의 수집 철학이 드러난다”고 했다. “그가 수집한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의 작품들은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이 컬렉션은 개인적 취향을 넘어 19세기 후반 미술사의 전환기를 기록한 집약체이며,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인상주의의 다채로운 면모와 함께 로버트 리먼의 독창적 안목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메리 커샛, '봄: 정원에 서 있는 마고'(1900년). 캔버스에 유화, 67.9×57.8cm.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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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몸, 초상, 자연, 도시화, 물의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미술사에서 다뤄온 누드화, 초상화, 풍경화가 변모된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베르트 모리조, 메리 커샛 등 여성 화가들의 작품과 르누아르 등 남성 화가들이 그린 여성 인물화를 통해 19세기 후반 달라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도 엿볼 수 있다.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가 자연의 빛과 공기까지 담은 풍경화도 만난다. 양승미 학예연구사는 “한국에서 만나는 리먼 컬렉션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예술이 보여준 새로운 시선과 전환의 의미를 보여주는 기록이고, 동시에 수집가 리먼의 열정과 기증의 정신이 담긴 유산”이라며 “리먼이 전한 예술을 향한 그의 깊은 애정과 기증으로 이룬 나눔의 정신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폴 시냐크, '클리시 광장'(1887년). 목판에 유화, 27.3×35.6cm.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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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31일까지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에서 ‘얼리버드(사전 구매)’ 특별 행사를 진행한다. 얼리버드 입장권 가격은 1만3300원. 성인 입장료 정가 1만9000원에서 30% 할인한 금액이다.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짜 중 원하는 회차를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1인당 최대 4장까지 구입 가능하다. 상세 정보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 참조.
☞로버트 리먼 컬렉션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경영 가문의 일원이자 최정상 예술품 수집가인 로버트 리먼(1891~1969)의 컬렉션이다. 1910년대 로버트의 아버지 필립 리먼이 수집을 시작한 이래 1969년 로버트가 사망할 때까지 모은 작품을 통칭한다. 특히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는 프랑스 회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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