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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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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View] 트럼프 “김정은 만나고 싶다” 金은 외교담당 최선희 러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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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북한 향해 “핵보유 세력” 언급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의 회담에 참석해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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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집권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나는 100% 열려 있다. 그가 연락한다면 나는 만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관련해서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고도 했다. 백악관은 이번에 김정은과의 회동 계획이 없다고 했고, 북한도 실무를 담당할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 방문으로 평양을 비운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특성상 깜짝 회동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25일 전용기 안에서 이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참석을 계기로 김정은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지난번에 그를 만났을 때 한국에 간다고 인터넷에 알렸다. 그는 내가 온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2019년 6월에도 일본 방문 도중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해 32시간 만에 성사시켰다.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 세력’으로 지칭한 것은, 김정은이 지난달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데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핵보유 세력’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른 개념으로, 인도·파키스탄 같은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를 뜻한다. 트럼프의 ‘핵보유 세력’ 언급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한국을 방문하면서 김정은이 내건 대화 전제 조건에 직접 동의를 표한 모양새라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북 회동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가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金 ‘비핵화 빼면 대화’에 화답… 회담 땐 ‘북핵 인정’ 비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총 1박 2일로 29일엔 이재명 대통령, 30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30일 오후는 따로 잡힌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회동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은 충분한 셈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사전 전화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 일정에는 김정은과의 회동 계획이 없다”면서도 “물론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미·북 판문점 회동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트럼프 방한 직전 러시아·벨라루스 순방길에 오르며 회담이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두 정상이 의지만 있다면 외무상 배석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입장에서 이번 아시아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주석과 갖는 6년 만의 대면(對面) 회담이다. 하지만 11월 10일 만료되는 보복 관세 부과 유예 연장 같은 일시적 휴전 성격의 합의를 제외하면 희토류·핵심 광물 수출 통제,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펜타닐 밀매 등 핵심 사안에 있어서 미·중이 중지를 모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트럼프가 취임 직후부터 드라이브를 건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이 다 되도록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정 이행도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순방에서 외교적 성과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김정은과의 ‘깜짝 쇼’를 강하게 추구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2019년과는 반대로 김정은보다 트럼프가 더 만남을 원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트럼프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과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시도하며 만남을 타진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도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는 지금 판문점이 아니라 평양에 오라고 해도 갈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트럼프가 ‘몸이 단’ 상태에서 미·북 대화가 성사되면 트럼프가 북핵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한국 입장에선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달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여기에는 제재 해제를 수반하는 정치적 의미의 ‘핵보유국’ 인정을 원하고, 거기에 기반해 관계 개선이나 정상적인 양자(兩者) 관계의 틀을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가 북한이 ‘핵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거듭 언급하는 것은 1차적으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지만, 비핵화 논의 없는 대화는 북핵 동결이나 용인 등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 조야(朝野)에서는 “북한과의 협상 목표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무기 수량을 통제하는 군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북핵을 머리에 인 상황에서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주한 미군 일부 감축 또는 철수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트럼프 방한을 계기로 미·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인사는 “2019년 판문점 회동이 전격적으로, 깜짝스럽게 이뤄졌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양쪽 사이에 많은 물밑 접촉이 이뤄졌다”며 “이번에는 그런 정황이 눈에 띄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5% 이하로 본다”고 했다. 다만 만남이 성사된다면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방미(訪美) 때 트럼프와 만나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편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김정은 간 회동이 이뤄질 경우 이재명 대통령도 여기 동석할 수 있냐’는 본지 질의에 “한국 정부는 분명히 참여를 원할 것이나 트럼프가 여기에 동의할지는 불분명하다”며 한국을 포함하는 회담이 “트럼프에게 어떤 가치를 더해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핵보유 세력, 핵무기 보유국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핵무기 제조·운용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공식 인정된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은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이다. 반면, 자체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무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는 나라들은 ‘핵보유 세력’(nuclear power)으로 불리며,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이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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