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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미술의 세계

    시간에 무너지지 않는 금빛 권력 ‘신라 금관’… 세계 정상들 앞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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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EC 2025 정상회담 개최 기념

    국립경주박물관서 특별展 열려

    조선일보

    신라 금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4년, 국내에서 발굴된 신라 금관 여섯 점이 처음으로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27일 국립경주박물관은 개관 80주년 및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언론에 선공개했다. 국보 황남대총 북분 금관(맨 앞)을 비롯해 천마총·서봉총·금관총·금령총·교동 금관 등 신라의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금관이 모두 공개됐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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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풍당당 황금빛 광채가 어두운 전시 공간에서 뿜어져 나왔다. 1500년 전 황금의 나라 신라를 호령했던 최고 권력자들의 금관 6점이 처음으로 한데 모였다. 박물관은 “반가사유상 2점을 함께 전시하는 것이 미술사 전공자들의 소망이었다면, 신라 금관을 한자리에 전시하는 건 고고학 학예사들의 오랜 꿈이었다”고 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28일 개막한다. APEC 2025 정상회담 및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준비한 전시다. 1921년 금관총 발굴로 신라 금관이 세상에 알려진 지 104년 만에 금관과 금허리띠 세트가 최초로 한자리에 총집결했다. 가장 오래된 교동 금관(5세기 전반)부터 황남대총(5세기 중엽), 금관총(5세기 후반), 서봉총·금령총·천마총(6세기 전반)까지 금관·금허리띠가 모두 나왔다. 천마총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을 포함해 전시 유물은 총 20점. 이 중 국보가 7점, 보물이 7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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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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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듯 다른 신라 금관

    사슴뿔 모양의 세움 장식(관테에 붙여 세워 놓은 장식), 반짝이도록 달아놓은 달개 장식과 길게 늘어뜨린 드리개…. 얼핏 똑같아 보이지만, 세부 디테일은 조금씩 달랐다. 전시를 담당한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서울·경주·청주로 흩어져 있던 금관 6점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집중 관람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미”라며 “형태·양식·장식의 차이와 변화가 눈에 보일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금령총 금관에는 유일하게 곱은옥(옥을 굽은 형태로 가공해 달아놓은 장식)이 없는 대신 금방울(金鈴·금령)이 달렸고, 서봉총 금관은 안에 모자를 만들고 그 위에 새 모양 장식을 올리는 파격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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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프롤로그. 교동금관이 전시된 모습. /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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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엔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교동 금관이 놓였다. 신라 금관의 조형과 상징을 보여주는 영상이 벽면을 타고 흐른다.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뜻하고, 곱은옥과 달개는 생명력과 재생, 황금빛은 절대 권력과 부를 상징한다.

    금관총·서봉총·금령총에서 출토된 금관이 넓은 벽면에 나란히 배치된 장면에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핵심 공간에선 황남대총 금관과 금허리띠가 눈부신 빛을 발한다. 마지막으로 천마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장신구들은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 황금의 힘을 보여준다. 신라인들은 무덤 주인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장식하면서, 생전의 부와 권력이 사후 세계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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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장 전경. 황남대총 금관(가운데)을 비롯해 신라 금관 6점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전시됐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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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관 주인은 누구?

    휘황찬란한 금관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신라 금관은 성인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어린이나 여성도 착용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무덤에서 가는 고리 귀걸이가 나오면 남성, 굵은 고리 귀걸이는 여성으로 본다. 서봉총과 황남대총 북분의 주인공은 굵은 고리 귀걸이를 하고 칼을 차지 않았다. 그래서 서봉총, 황남대총 금관은 왕비의 것으로 추정한다.

    금령총 주인공은 요절한 어린 왕자로 본다. 금관도 어린아이 머리 크기 둘레(길이 53.7㎝)이고, 금허리띠(길이 74㎝)도 가장 작기 때문이다. 반면 서봉총은 금관 58.1㎝, 금허리띠 116㎝, 천마총은 금관 63㎝, 금허리띠 136.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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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마지막에는 천마총 출토 금관과 금 허리띠를 볼 수 있다. 금 귀고리, 금 팔찌 등 황금 장신구와 함께 전시됐다. 신라인들은 무덤 주인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장식하면서, 생전의 부와 권력이 사후 세계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랐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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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은 전시다. 관람객이 직접 보기 어려운 금관의 세부를 디지털 돋보기 영상으로 확대해 자세히 볼 수 있게 했다. 황금처럼 보이지만 실은 순금이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서 순도가 낮아진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금관은 신라 왕권을 상징하는 정점이자 동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고대 장신구 가운데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조형미를 지닌 걸작”이라며 “APEC 정상 회의를 찾는 세계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고대 문화의 정수이자 K컬처의 뿌리인 신라 황금 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 관람은 APEC 정상 회의가 끝나는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무료.

    [경주=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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