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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중국에 맞설 때는 베트남처럼... 남중국해에 인공섬 21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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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부터 스프래틀리 군도의 암초ㆍ간조 노출지 등 매립 확대

    대형 군용기 이착륙 가능한 3.2㎞ 활주로, 항만, 대형 탄약고 설치

    같은 군도에 중국 인공섬은 7개

    베트남은 중국에 맞서 지난 4년간 남중국해에서 모두 21개의 독립적인 인공섬을 건설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와 위성 사진의 자체 분석을 통해 3일 보도했다.

    CSIS의 지난 3월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1년부터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南沙群島)에 암초와 암반, 산호초 등을 매립해 군사적으로 강화된 인공섬을 구축했다. 이 섬들은 중국뿐 아니라, 타이완·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와도 영유권이 겹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WSJ는 스프래틀리 군도에 구축한 베트남의 인공섬에는 복수(複數)의 항만과 대형 군용기를 수용할 수 있는 3.2㎞의 활주로, 탄약 저장 시설, 중화기가 배치된 방어 시설이 설치돼 있다.

    남중국해에는 전세계 해상 무역량의 30%, 연간 3조~3.5조 달러 규모의 물품이 통과한다. 또 중국의 타이완 무력 침공 시, 미 해군력의 주요 보급 루트이기도 하다.

    베트남의 인공섬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2013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섬을 구축해 군사시설화한 중국에 대한 맞대응이자,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투사(投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베트남은 이 군도 내에 자국이 점유한 간조노출지(바닷물이 가장 빠졌을 때에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암초나 모래톱)와 암초 21곳에 모두 새 땅을 조성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에 7개의 인공섬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CSIS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그 결과 베트남은 3월 기준으로 남중국해에 모두 8.9㎢ 규모의 인공 섬들을 조성했다. 이는 중국의 16.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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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1일에 민간 촬영위성인 맥사(MAXAR)가 찍은 베트남 인공섬 바크 캐나다 리프의 모습. 대형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2㎞의 활주로와 탄약고, 항만 등을 갖췄다./CSIS MAX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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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서 베트남이 구축한 가장 크고 정교한 인공섬인 바크 캐나다 암초(Barque Canada Reef)의 경우, 천연 석호(lagoon)가 보호하는 항만에 다수의 부두가 설치됐고, 3.2㎞ 길이 활주로와 탄약고도 건설됐다. 현재도 추가 확장을 위해 바다의 흙과 모래를 파내는 준설선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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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이 구축한 인공섬 샌디 케이의 2012년, 2025년 구글 어스 위성 사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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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과거 몇 개의 건물만 있었던 샌드 케이(Sand Cay)도 수년 만에 대형 항만과 군사 시설을 갖춘 대형 해상 요새로 변했다.

    한편, 중국은 더 북쪽에 있는 파라셀(Paracel) 군도(중국명 西沙群島)에도 다수의 인공섬을 설치했다. 1974년 1월 19일 당시 남베트남 정부는 파라셀 군도 일부 섬을 점령한 뒤 중국과 치열한 해전을 벌였고 이때 수십 명의 남베트남군이 사망했다. 이후 중국은 파라셀 군도 전체를 점령해 하이난성 싼사(三沙)시의 행정구역으로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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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중국은 파라셀 군도에도 우디 아일랜드(융싱다오)ㆍ트리 아일랜드(수다오)ㆍ드러먼드 아일랜드(진인다오) 등 3개 주요 섬에 2.7㎞ 길이의 활주로와 격납고, 미사일 기지, 레이더 기지, 해안 방어시설을 갖췄다. 그러나 베트남 통일 이후 하노이 정부는 파라셀 군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중국과 마찰을 빚는다.

    중국은 이밖에도, 2012년 4월에는 해상 봉쇄ㆍ접근 거부 등을 통해 필리핀으로부터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Reef)를 빼앗았고, 2016년 이 해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효 지배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인공섬들을 병력의 장기 주둔과 급유 목적의 기지로 활용하며, 광범위한 레이더 감시 체계를 설치해 주변국들의 해상 활동을 감시한다.

    그러나 베트남의 남중국해 인공섬 구축과 군사화에 대해서는, 중국뿐 아니라 이 해역의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묵인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현재 베트남의 해ㆍ공군력으로는 전면전 발생 시 이 인공섬들을 실질적으로 방어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CSIS는 “베트남도 (중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새 기지를 이용할 것으로 보이나, 다른 나라를 상대로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스턴 칼리지의 캉 부(Vu) 교수는 WSJ에 “중국의 섬 건설은 동남아 여러 나라의 경제적 이해와 항해권을 위협했지만, 베트남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도 베트남 준설선의 스프래틀리 인공섬 접근을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는다. 이는 중국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를 지키는 필리핀 해군 초소에 접근하는 보급선을 차단하고 물대포 공격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필리핀을 미국의 ‘대리인’으로 본다.

    반면에, 베트남에는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나라들로 우회 수출하기 위한 수천 개의 중국 투자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또 두 나라 모두 공산당이 지배해, 갈등을 방지하려는 ‘비공식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도 중국의 인공 섬 구축은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베트남 인공 섬에 대해선 중국에 대한 ‘잠재적 방어벽’으로 간주해 공개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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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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