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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로봇이 온다

    두산 '전자DNA' 부활…반도체·로봇 영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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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왼쪽)과 (주)두산 전자BG의 동박적층판.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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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이 전자 분야로 사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전자사업 영역 확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과거 인쇄회로기판(PCB)으로 글로벌 시장을 누볐던 두산은 반도체 후공정에 이어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분야까지 인수를 검토하면서 첨단 전자그룹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이 국내에서 유일한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 회사 SK실트론 인수를 검토하면서 두산이 웨이퍼(소재)부터 후공정(테스트)·자동화(로봇)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할지 주목된다. 인수가 성사되면 두산이 첨단 전자 소재 중심 그룹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두산의 전자사업 역사는 꽤 길다. 1970년대 후반 PCB 사업으로 전자산업에 진출해 한때 세계 5위권에 올랐던 두산전자는 화학·소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납품했다.

    과거 두산전자가 영위하던 사업은 (주)두산의 사업 부문인 전자BG(비즈니스그룹)가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두산은 알짜인 이 사업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자BG는 지난해 매출 1조63억원을 기록하며 두산 연결 매출의 5.55%를 담당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8788억원으로 9.1%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PCB 생산 시절 축적한 기술은 이제 2차전지용 동박, 반도체 소재, 로봇 제어 기술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에서 동박을 공급받아 제조한 뒤 PCB 업체(대만 기업 등)로 넘겨 엔비디아에 납품된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가 증가하는 데 따라 전자BG가 생산하는 CCL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두산테스나도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후공정) 분야에서 시스템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1714억원을 장비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 투자 금액은 자산 총액의 21.76%에 달하는 규모다. 향후 2027년에는 평택 공장을 완공할 계획으로 최첨단 반도체 수요에 따라 매출이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 세계 5위권으로 성장하며 자동화의 핵심 축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로봇 솔루션 전문기업인 '원엑시아' 지분 89.6%를 인수했고, 최근 협동로봇 중심의 기존 사업 틀에서 벗어나 AI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지능형 로봇' 개발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자 관련 회사들의 '알짜배기' 실적에 힘입어 현금 보유액을 높인 두산은 국내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도 다각도로 타진 중이다. (주)두산은 지난 9월 지주회사 지위를 반납한 바 있다. 지주사에 적용되는 규제에서 벗어나 추후 인수·합병(M&A) 추진 등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는 원칙적으로 부채비율 200%를 넘길 수 없고 상장 자회사는 30% 이상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기계·에너지 중심 이미지를 벗고 반도체와 전자소재 사업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며 "PCB로 시작된 두산의 전자 DNA가 50년 만에 다시 꽃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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