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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리먼 父子가 60년간 모은… 인상파 걸작들의 향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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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1년부터 유럽 명화 2600점 수집

    81점 엄선한 첫 특별전 이번주 개막

    이병헌 목소리로 듣는 전시 해설

    광화문 전광판선 움직이는 그림도

    조선일보

    피에르-오귀스트 코, ‘봄’(1873). 캔버스에 유화, 213.4×127.0cm.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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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메트)을 대표하는 인상주의 걸작들이 처음으로 서울에 상륙했다. 지난 5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철통 보안 속에서 나무 상자가 하나씩 열렸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를 비롯해 메트가 소장한 로버트 리먼 컬렉션 81점이 이날부터 포장을 풀고 제자리를 찾았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지난달 20일부터 21일, 23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작품이 도착, 막바지 해포(解包·유물의 포장을 벗기고 전시하는 일) 작업 중”이라며 “메트 측의 요청에 따라 모든 과정을 철저한 보안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리먼 컬렉션을 소개하는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이 14일 개막한다. 리먼 컬렉션은 리먼 브러더스 투자은행을 대대로 경영했던 필립 리먼(1861~1947)과 그의 아들 로버트 리먼(1891~1969)이 60여 년에 걸쳐 수집한 결과물이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개막을 앞두고 ‘미리 보는 관람 포인트’ 3가지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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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리먼은 어떻게 컬렉션을 형성했나

    1850년 헨리·이매뉴얼·메이어 등 리먼 삼형제가 세운 리먼 브러더스는 목화 중개업으로 시작해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필립 리먼은 1911년부터 유럽 고전 명작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및 북유럽 르네상스 회화를 비롯해 태피스트리(직물공예), 가구, 금속공예품, 채색 필사본,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컬렉션으로 명성을 얻었다. 로버트 리먼은 “부모님은 매년 유럽을 여행하며 그림, 태피스트리, 가구를 구입했고, 어린 시절 운 좋게 그 여정에 함께하며 자연스레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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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귀스트 르누아르, ‘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1891년경). 캔버스에 유화, 40.6×32.4㎝.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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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는 예일대학교 재학 중 미국 최초의 대학 박물관인 예일대 박물관에 드나들면서 예술을 보는 감각을 키워나갔다. 대학 졸업 후엔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단독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필립이 세상을 떠나자 로버트는 시대 범위를 넓혀 19세기와 20세기 프랑스 미술까지 컬렉션을 확장했다. 로라 D. 코리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큐레이터는 “로버트는 1948년 유럽에서 두 달간 머물며 사업과 수집 활동을 병행했다”며 “근대 회화와 드로잉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이때”라고 했다.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폴 시냐크의 ‘클리시 광장’을 수집한 것도 이때였다.

    방대한 컬렉션을 구축한 그는 2600점 넘는 수집품을 메트에 기증했다. “위대한 예술은 나만의 기쁨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더 많은 사람이 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1975년 5월 27일, 메트에 리먼 윙이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 예술이 주는 기쁨을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자 했던 로버트의 꿈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아서 A. 하우턴 주니어 당시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이사회 의장은 “리먼의 기증은 두 번째 세기를 맞이하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위대함’에서 ‘독보적인 경지’로 끌어올려 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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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귀스트 르누아르, ‘해변의 사람들’(1890년). 캔버스에 유화, 52.7×64.1cm.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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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르누아르부터 마티스까지, 놓치면 안 될 작품들

    이번 전시에선 리먼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회화와 드로잉 총 81점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프랑스 명화 소장품으로 인상주의가 어떻게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며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는지 조명한다”고 했다. 몸, 초상과 개성, 자연, 도시와 전원, 물결의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누드화·인물화·풍경화가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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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고갱,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1892년), 종이에 유화, 캔버스에 붙임. 109.9×89.5㎝.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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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들’(1892)부터 굵고 검은 선으로 여성의 풍만한 몸을 강조한 앙리 마티스의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은 여성’(1920)까지 걸작의 향연이 펼쳐진다. 폴 세잔의 ‘자 드 부 팡 근처의 나무와 집들’(1885~1886),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1888),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해변의 사람들’(1890) 등 프랑스 남부의 강렬한 태양과 공기까지 담은 풍경화도 만난다. 베르트 모리조, 메리 커샛 등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후반 달라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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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특별전에 오디오 가이드로 참여한 배우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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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이병헌 목소리로 듣는다

    배우 이병헌이 오디오 가이드로 참여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귀마 목소리로 글로벌 흥행 배우로 등극한 이병헌은 특유의 중후한 발성으로 대표 작품 30점을 동선에 따라 안내한다. 한양대 불어불문과 출신답게 완벽한 프랑스어 딕션으로 녹음 현장에서 박수가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이병헌은 “화가들은 그림에 빛을 모았고, 로버트 리먼은 빛을 담은 그림을 모아 세상과 나누었다”며 “리먼의 열정이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반짝이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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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대형 전광판에 '빛을 수집한 사람들' 전시 광고가 재생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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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 한복판에선 초대형 전광판으로 대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전광판에 AI가 만든 ‘움직이는 그림’이 수시로 재생되고 있다. 르누아르의 ‘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가 눈을 깜빡이고, ‘해변의 사람들’ 속 여인의 치마가 펄럭인다. 전시는 14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진행된다.

    '美 MET 인상주의 걸작' 특별전, 500명께 초대권 드립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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