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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요즘 유행 탐구] “인생의 답 찾고파”… 니체에 빠진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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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신간만 39종

    구매자 대부분 4050

    “사회혼란·박탈감 탓”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한 서점. 니체 책이 가득한 인문서 매대 앞에 사람들이 복작복작 모여 있었다. ‘내 의지대로 살고 싶을 때 니체’(초록북스)를 집어 든 직장인 정모(51)씨는 “회사에서 몸이 닳게 일해도 집에 가면 늘 허무했다”며 “왜 이러고 사나 싶은데 여기 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 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4050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니체’ 책들. 쉽게 풀어 쓴 것이 특징이다./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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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철학자는 ‘프리드리히 니체’다. 11일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 4위(인문 1위)에 오른 ‘위버멘쉬’(떠오름)를 비롯해 각종 니체 책이 유달리 많이 읽히고 출간됐다. 올 한 해 새로 나온 니체 신간만 39종이다. 예스24에서 판매 중인 니체 책 640종 구매자를 분석해 보니 40대(34.5%), 50대(28.6%) 독자가 다른 세대에 비해 니체를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에 따르면, 니체 책은 전체 판매량도 올해 들어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생철학과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불린다. 유럽의 기존 가치 체계의 붕괴를 “신은 죽었다”고 표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니체는 삶의 고통을 인간을 단단하게 만들고 더 큰 가능성으로 이끄는 연료로 본다. ‘니힐리즘(허무주의)’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약동하는 생명과 주체성에 주목한 사상가다.

    왜 4050이 니체에 주목할까. 전문가들은 ‘사회 혼란’과 ‘상대적 박탈감’을 짚었다. 한국니체학회장인 양대종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술자리마다 나라 걱정, 내 삶 걱정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니체가 지적했듯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현대 사회가 위기를 맞아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정치 사회 속에서 중년 세대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에서 니체를 찾는 까닭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올해 화두인 부동산과 주식이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 건 아니다”라며 “올라타지 못한 4050 가장 세대 정부 지지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위기의식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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