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무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김선규·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의 구속영장 청구 배경과 관련해 “이들이 공수처 수사팀에 외압을 가한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송 전 부장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정민영 특검보는 13일 브리핑에서 “그간의 수사를 통해 채 상병 관련 공수처 수사팀에 대한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관련 증거들을 확보했다”며 “당시 공수처 부장검사로서 처·차장 직무대행을 했던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2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김·송 전 부장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수사 외압 의혹 관련 강제 수사가 미뤄지고 주요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출국이 가능했던 배경에 이들의 수사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의심한다.
정 특검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당일 이 전 장관과의 통화 여부, 그리고 그에 따른 수사 외압 의혹 전반을 규명해야 했기 때문에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은 당연히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며 “공수처 수사팀은 2024년 초부터 대통령실과 국방부 장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증거 확보를 위한 강제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그사이 주요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은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어 출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지난 5월, 국방부 장관 사무실 압수수색은 특검팀 출범 이후인 지난 7월에 이뤄졌다. 정 특검보는 이에 대해 “사건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당사자들 사이 말맞추기 등 진술 오염이 상당히 진행됐고, 초기에 확보할 수 있었던 증거들도 많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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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당시 출국금지 상태인 피의자를 국외 공관장으로 임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보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이후 공수처의 반대 의견에도 이 전 장관 쪽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 처분을 해제했다. 정 특검보는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서 공수처가 보였던 태도에 대해서도 조사했다”면서 ‘반대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이는지’ 묻는 기자의 말에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범행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김·송 전 부장검사의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 특검보는 “피의자들의 범행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방해한 행위로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특히 고위공직자 범죄를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만든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우려가 있다고 보고 남은 (수사) 기간 구속 수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김·송 전 부장검사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특검팀은 남은 수사 기간 그동안의 수사 내용을 정리해 주요 피의자들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오는 28일 종료된다.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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