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반환
이번 환수로 10점 중 7점 제자리에
14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속초 신흥사 시왕도 반환 기념식에서 맥스 홀라인(왼쪽)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관장 겸 CEO가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에게 감사패를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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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이 소장하고 있던 속초 신흥사 ‘시왕도’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6·25전쟁 직후 미국으로 불법 반출된 지 71년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14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속초시 문화재 제자리찾기 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함께 반환 기념식을 열고 환수된 시왕도를 공개했다.
‘시왕도’는 저승에서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을 그린 불화다. 속초 신흥사의 시왕도는 1798년(정조 22년) 조성된 작품으로 총 10점으로 구성됐다. 앞서 2020년 미국 LA카운티박물관이 가지고 있던 6점을 신흥사에 반환했고, 이번 환수로 7점이 제자리를 찾게 됐다. 나머지 3점은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김미경 국가유산청 문화유산감정위원은 “18세기에 조성된 시왕도 가운데 열 폭이 온전히 전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10점 중 7점이 제자리를 되찾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 돌아온 그림은 열 번째 왕을 그린 ‘제10오도전륜대왕도’다. 비단에 채색된 그림은 가로 91.4㎝, 세로 116.8㎝ 크기로 정교한 필선과 채색이 돋보인다. 붉은 도포를 입은 오도전륜대왕이 붓을 쥐고 재판을 주관하고 있고, 아래에는 죄인들이 옥졸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형벌을 받고 있다. 열 번의 심판 끝에 망자의 윤회가 결정되는 장면으로 시왕도 중 절정에 해당한다. 재판이 모두 끝난 후, 윤회처가 정해진 뱀·말 등은 오른쪽 상단 여섯 갈래의 길을 따라 환생하고 있다.
속초시 문화재 제자리찾기 위원회와 메트는 2023년부터 3년에 걸친 협상 끝에 반환을 결정했다. 6·25전쟁 직후 속초에 주둔했던 미군이 찍은 사진과 당시 지역 주민의 증언 영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상래 속초시 문화재 제자리찾기 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신흥사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경판을 쪼개 불을 피워 커피를 끓이는 사진을 보여줬더니, 메트 관계자가 놀라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면서 “나머지 3점의 소재를 찾는 작업도 메트와 협력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메트는 2007년 이 작품을 구입해, 2008년과 2012년에 개최한 한국 미술 전시회에 전시했다. 맥스 홀라인 메트 관장 겸 CEO는 “신흥사와 속초시 문화재 제자리찾기 위원회 대표들이 미술관을 여러 차례 방문해 작품의 출처에 대해 공동 조사를 진행했으며, 결국 그림을 신흥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이번 협력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의 공동 관리와 책임감 있는 예술품 수집이라는 메트의 가치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게 되어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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