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개최 ‘포에버 이즈 나우’
韓 유일 초청 작가 박종규 신작
이집트 카이로 기자 사막 위에 박종규 신작 ‘영원의 코드’가 들어섰다. 가로·세로 각 15m, 높이 4m. 빨강·노랑·파랑 삼원색 기하학 구조물 사이로 4500년 전 고대 이집트 쿠푸 왕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바닥에 점점이 박힌 1000개의 아크릴 거울은 단군이 파라오에게 쓰는 상상의 편지를 모스 부호로 암호화한 것이다. /Studio J.Park·이앤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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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을 향한 고대 이집트인의 염원 앞에 현대인의 욕망이 겹쳐졌다. 이집트 카이로 남서쪽 기자 사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4500년 전 석조 피라미드 앞에 빨강·노랑·파랑 삼원색 기하학 구조물이 들어섰다. 피라미드 형태로 우뚝 솟은 삼각 구조물 사이로 높이 146m에 이르는 고대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쏙 들어왔다. 모래 바닥에 점점이 박힌 1000개의 아크릴 거울이 태양 아래 눈부시게 반짝였다. 한국 작가 박종규(59)의 신작 ‘영원의 코드’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고대 인류와 연결된 순간이다.
15일(현지 시각)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 앞에서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가 공식 개막했다.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제전으로 꼽히는 이 행사는 이집트 비영리 플랫폼 ‘아르 데집트’가 주최하고, 이집트 외교부·문화부·관광유물부의 후원과 유네스코 협력으로 매년 가을 열린다. 올해는 10국 작가 10명(팀)이 참여했고,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박종규가 초청받았다. 피라미드 앞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것은 지난해 강익중에 이어 두 번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 앞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신작 ‘영원의 코드’가 설치됐다. 빨강·노랑·파랑 3원색의 기하학 구조물이 피라미드와 겹쳐지면서 한국·이집트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Studio J.Park·이앤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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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작품 ‘영원의 코드’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야간 조명을 받은 삼각 구조물 사이로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Studio J.Park·이앤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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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코드’는 피라미드의 고유한 수학적 구조와 한국·이집트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박종규는 실제 피라미드의 높이와 변의 길이를 기반으로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 삼각 구조물을 구현했다. 현장에서 만난 작가는 “피라미드는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기하학적 구조물이자 하나의 거대한 코드”라며 “제가 만든 구조물이 피라미드와 서로 마주 보고 호흡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시간이 겹쳐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4500년 전의 기하학이 현재의 기하학적 언어와 연결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수천 년의 시간과 현대의 기술적 구조가 한 지점에서 합쳐지면서, 피라미드가 제 작품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현지 매체와 인터뷰하는 박종규 작가. /Studio J.Park·이앤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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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포에버 이즈 나우’의 키워드는 ‘디지털’과 ‘영원’. 이규현 큐레이터는 “한국과 이집트의 고대 역사를 잇고 피라미드의 고유성을 디지털 언어로 해석한 박종규의 작품은 올해 전시의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이라며 “현지 언론에서도 주요 작품으로 꼽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라오의 영생을 기원하며 만든 위대한 건축물(피라미드)과 순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한 현대인의 욕망(디지털)이 겹쳐진다는 것, 결국 시공간을 초월해 고대와 현대, 미래까지 인류는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 앞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신작 ‘영원의 코드’가 설치됐다. 빨강·노랑·파랑 3원색의 기하학 구조물이 피라미드와 겹쳐지면서 한국·이집트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Studio J.Park·이앤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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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 앞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신작 ‘영원의 코드’가 설치됐다. 빨강·노랑·파랑 3원색의 기하학 구조물이 피라미드와 겹쳐지면서 한국·이집트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Studio J.Park·이앤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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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물을 둘러싼 주변에는 약 1000개의 점들이 아크릴 거울로 박혀 있다. 디지털 매체 속 픽셀 왜곡을 연상시키는 이 점들은 단군 신화의 건국 시조인 단군이 이집트 파라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상상하며 작가가 직접 쓴 시를 모스 부호로 암호화했다. 작가는 “아날로그 언어를 디지털 언어로 전환해,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 언어로 다시 쏘아 올리는 장치”라며 “마치 우리가 고대 이집트 벽화를 해독하듯, 관객들도 ‘이 암호는 무엇일까?’라는 호기심과 사유를 느끼기 바란다”고 했다.
‘아르 데집트’ 설립자 나딘 압델 가파르는 “‘포에버 이즈 나우’는 고대 이집트 역사와 현대미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국제전”이라며 “세계 각국 예술가들이 상징적 유적 앞에서 하나의 대화를 나누는 글로벌 담론으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12월 6일까지.
[카이로=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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