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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尹, 계엄 2년 전 “내겐 비상대권… 총살당하더라도 싹 쓸어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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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의 尹 외환 혐의 공소장 보니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외환 혐의(일반이적죄)로 추가 기소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취임 반년 만에 ‘비상대권’을 언급하며 계엄을 구상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하면서 계엄 관련 최초 논의 시점을 작년 3월로 잡았었다. 특검은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이보다 훨씬 앞선 2022년 말부터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구상해 왔다고 본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곧 있을 관련 재판에서 사실관계 등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尹, 정치적 난국 타파 위해 비상계엄 구상?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은석 특검은 외환 사건 공소장에서 윤 전 대통령이 처음 ‘비상대권’을 언급한 시점을 취임 6개월이 지난 2022년 11월로 적시했다. 당시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였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은 11월 2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특검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로도 윤 전 대통령에겐 정치적 위기가 이어졌다. 2023년 8월 윤 전 대통령의 ‘순직 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됐고, 10월에는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패한 데 이어 11월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본격적으로 구상했고,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장관이 이에 적극 동조했다고 특검은 봤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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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은 빨갱이, 軍이 참여해야”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때부터 계엄에 동참시킬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길에 하와이를 방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수행한 김 전 장관과 강호필 당시 합동참모본부 차장에게 “한동훈은 빨갱이다”라고 말하고 민주당을 욕설을 섞어 비난하면서 “군이 참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특검은 공소장에 적었다.

    강 전 차장은 귀국 직후 신원식 국방 장관에게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고 김용현이 위험한 발언을 하며 동조를 강요하니 나는 전역하고 싶다”며 하와이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이에 신 전 장관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전화해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강 전 차장을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으로 불러 “전광훈 목사 등 보수에서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심기 경호’ 차원에서 그런 걸 가지고 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 얼마 후 윤 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김용현 전 장관으로 교체했다.

    ◇尹, 주요 군 사령관들에 비상대권 언급

    윤 전 대통령은 국군의 날이었던 작년 10월 1일 오후 8시 관저에서 김 전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함께 저녁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일부 정치인을 언급하면서 “내 앞으로 잡아오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 9일엔 국방부 장관 공관을 찾아 김용현·여인형·곽종근·이진우 등 네 사람에게 비상계엄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날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경기 안산 상록수역 인근에 있는 한 카페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을 만나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하면 계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여인형 휴대폰에 ‘북 도발 유도’ 메모”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24일 대통령 관저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나 비상계엄을 논의했고, 김 전 장관은 그 무렵부터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휴대전화에선 계엄 한 달 반 전인 10월 23일 ‘적의 전략적 무력 시위 시 이를 군사적 명분화할 수 있을까?’라고 작성된 메모가, 10월 27일에는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이란 메모, 11월 6일에는 ‘적 행동이 먼저임,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 불가 상황이 와야 함’이란 메모 등이 발견됐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윤석열은 김용현 등과 비상계엄에 대한 논의와 준비를 진행하던 중 야당의 탄핵소추 발의, 국회 예결위의 정부 예산안 삭감 의결, 특검법 발의를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로 규정하고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고 밝혔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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