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미국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을 열고 경제·방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는 2018년 3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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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오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환영식에선 의장대가 도열하고 군악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미군 전투기가 백악관 상공에서 환영 비행을 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오찬을 함께했으며 120명을 초청한 공식 만찬도 주재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나의 오랜 친구”라며 “인권 문제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그가 이룬 성과는 정말 놀라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양국 관계에 대해 “모든 이슈에서 항상 같은 편에 서 있었고, 이란의 핵 능력을 없애는 데에도 우리가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의 대미 투자액을 기존의 6000억달러(약 876조원)에서 1조달러(약 1460조원) 규모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사우디를 방문하자 사우디는 미국에 6000억달러 규모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미국 F-35 전투기를 판매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군사 우위 약화나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이유로 우려를 제기했던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판매할 F-35기가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F-35기와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두 나라 모두 “훌륭한 동맹국”이라며 “두 나라 모두 최고 사양을 받을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사우디에 F-35가 판매된다 하더라도 저성능 모델이 보급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파격적인 의전에 나서면서 빈 살만 왕세자의 국제적 위상이 회복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사실상 외교적 고립 상태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왕세자를 ‘최상급’ 국빈 방문 수준으로 예우하면서 면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그 사람(카슈끄지)은 매우 논란이 큰 인물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직접 왕세자 비호에 나섰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살만 왕세자를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판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빈 살만 왕세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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