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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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만으로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지자 합참 등에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과 경고 사격을 여러 차례 강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비상대권을 언급하며 “총살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는 등 계엄을 암시했고, 2023년 하반기 정치적 악재가 겹치면서 비상계엄 선포를 구상했다고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결론 지었다.
19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을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하면서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만으로는 계엄 선포 상황을 조성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북한 오물풍선 경고 사격과 원점 타격을 시도하려 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지난해 10월27일 김 전 장관은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에게 “대통령과도 얘기했다, 오물풍선 6천여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졌고, 심지어 폴란드 대통령 행사 현장에도 북한의 삐라가 살포됐다”, “대통령도 선을 넘었다고 한다”며 경고 사격을 지시했다고 한다. 강 전 사령관이 우려를 나타내자 김 전 장관은 “야 인마, 너는 그렇게 겁이 많아”라고 질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의 지시로 군은 준비태세를 갖췄지만 합참의 반대와 윤 전 대통령의 국외 순방 등으로 오물풍선 타격 등은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18일 자정 무렵 북한이 오물풍선을 또 날리자 같은 날 새벽 1시30분께 직접 합참 전투통제실을 찾았고, 그날 오후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을 불러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니 귀국 뒤에 오물풍선을 부양 시 타격할 것이다’ ‘오물풍선 도발이 재개되면 인적·물적 피해 판단 및 정량·정성적 평가 없이 원점 타격을 건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강 전 사령관에게는 전화를 걸어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내가 해외라 안정적으로 상황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지시를 못 했다”고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강력한 대응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 오물풍선 원점타격 등을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긴밀히 상의하고 있던 정황이다.
이후 김 전 장관은 오물풍선 원점 타격에 반대하는 합참 쪽에 화를 냈다고 한다. 김명수 전 합참의장과 이 전 본부장은 지난해 11월22일 김 전 장관을 찾아 원점 타격에 반대 의사를 표했는데, 김 전 장관은 책상을 치며 김 전 의장에게 화를 냈다고 공소장에 기재됐다. 그럼에도 김 전 의장이 반대 뜻을 굽히지 않자 김 전 장관은 그때야 ‘알겠다’며 단념한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28일 북한이 오물풍선 도발을 기점으로 합참에 거듭 원점 타격 계획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전 의장과 이 전 본부장은 장관의 독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 국방부 및 합참, 합참의장, 국가안보실, 국회 사전 통보 등을 거쳐야만 원점 타격 실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 절차를 세분화한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원점 타격 등의 시도는 정전협정 위반은 물론 자위권 행사 요건에도 충족하지 않았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협의 또한 거치지 않는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이 지난 2022년 11월부터 비상대권을 언급하는 등 계엄 선포를 암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2022년 5월 정부 출범 당시부터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의 대립을 지속해오던 상황에서 같은해 11월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회동에서 김종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에게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싹 쓸어버리겠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후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2023년 8월)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패배(2023년 10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2023년 11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2023년 11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이 30% 상자권에 갇히며 수세에 몰리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계엄 선포를 구상했다는 게 특검팀의 결론이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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