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결과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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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둘러싼 우리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 판정취소 사건에서 정부가 승소했다. 당초 정부가 론스타에 줘야 했던 배상금과 이자 4000억원(현재 환율 기준)을 전혀 주지 않아도 되고, 정부는 소송 비용 73억원도 론스타로부터 돌려받는다.
이 같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된다. 정부는 ‘1.6%’라는 매우 낮은 확률을 뚫고 론스타에 승리했다.
◇정홍식 국장 “1월 구술 심리에서 긍정적 느낌 받아”
앞서 론스타는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46억7950만달러(약 6조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2022년 8월 31일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2억1650만달러와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는 배상 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며 2023년 7월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도 법리상 다퉈볼 여지가 있다면서 같은 해 9월 판정 취소 신청을 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ICSID 취소위원회는 18일(현지 시각) 한국 승소로 결정했다. ICSID는 배상금 원금과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 이로써 2012년 11월부터 13년간 이어진 정부와 론스타 간 분쟁이 마무리됐다.
정부가 처음의 결정을 뒤집고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론스타 측이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취소 소송에 참여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전날 저녁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중재 판정부의 권한을 넘어선 점, 론스타 측이 적법 절차를 위반한 점, 판정의 주요 이유를 제대로 설시하지 않은 점 등이 정부가 승소하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국장은 “지난 1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구술 심리에서 취소위원들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해서 (승소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사례처럼 ICSID 판정이 전부 취소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중재는 단심제이며, 절차적 하자가 있을 때만 취소가 인정된다. 197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503건의 판정 중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25건으로, 이 중 전부 취소된 건은 단 8건이다. 이번 승소는 1.6%라는 확률을 뚫은 셈이다.
2022년 8월 31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정부 입장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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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S 대응 강화해야” 한동훈 장관 때 국제법무국 신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전날 저녁 브리핑에서 이번 정부의 승소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게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겠지만, 어느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난 1월 대통령, 장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ICSID에 가서 구술 변론을 했고, 그런 성과가 모여 이번에 좋은 결과를 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정성호 장관은 브리핑에 배석한 정홍식 국제법무국장을 소개하며 “실력 있는 국제법, 국제중재 전문가”라면서 “노고가 굉장히 컸다”고 했다.
정성호 장관이 말한 국제법무국은 한 전 대표가 법무부를 이끌고 있었던 2023년 8월 신설됐다. 기존에는 국제 법무 업무를 2개 과가 담당했지만, 국제법무국이 신설되며 1국 3과 규모로 확대됐다.
당시 법무부는 국제법무국을 신설하는 데 대해 “론스타·엘리엇 ISDS 선고 등 주요 ISDS 사건들이 연이어 쟁점화돼 대응 역량 강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ISDS 대응 시스템을 예방, 현안 대응, 제도 개선으로 세분화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초대 국제법무국장은 반년 넘게 공석이다가 작년 2월 정홍식 국장이 임명됐다. 정 국장은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을 졸업해 미국 현지 로펌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2006년부터 중앙대 법대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를 맡았다. ICSID 조정위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인을 맡기도 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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