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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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상장사의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법이 개정되면서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에 ‘주주’가 추가됐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등기임원이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탓에 미등기임원이 많은 상황에선 상법 개정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정위가 19일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77개 집단(상장사 343사)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상장사는 101사다. 이 회사들이 총수일가가 거느리는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4%로, 전년보다 6.3%포인트(p) 증가했다.
미등기임원은 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임원으로,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지만 등기임원과 달리 법적 책임과 의무에선 자유롭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상법은 이사(등기임원)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등기임원이 아닌 경우엔 법 적용이 안 될 수 있다”면서 “미등기임원은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일가는 여러 계열사의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1인당 평균 1.6개의 직위를 겸직했다. 중흥건설이 7.3개로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겸직 수가 가장 많았고 한화·태광(4개), 유진(3.8개), 한진·효성·KG(3.5개)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259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가 절반 이상인 141개였다.
올해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 이상은 원안 가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비율은 0.38%로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정위는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 견제 기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사회 내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가 적을수록 이사회 원안 가결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총수일가가 이사의 20%를 초과해 등재된 회사 50사는 이사회 원안이 100% 가결됐는데, 이 총수일가가 10% 미만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227사에선 99.48%가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사회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원회를 도입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 비율은 2021년 17.2%에서 올해 57.3%로 늘었다. 공정위는 “ESG위원회는 도입 의무가 없음에도 최근 5년간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에 따라 기업이 적극 반응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총수일가를 포함한 전체 86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361사 중 319사다. 다만 총수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는 상장사의 96.4%가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 탓에 집중투표제를 실시한 사례는 3년째 1건(영풍)에 그쳤다.
한편 부영, 영원, 농심 등에서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총수일가가 이사인 경우는 전체 등기이사 수의 2021년 5.6%에서 올해 7.0%로 늘었다.
세종=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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