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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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리 하락과 위험선호 둔화가 동시에 진행된 환경에서도 비트코인은 전통 안전자산인 금 대비 약세를 면치 못했고, 나스닥과 장기채, 신흥국지수 등 대부분의 주요 자산에도 미치지 못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잠시 9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시점을 상징적인 순간으로 꼽는다. 이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후 유입된 자금의 평균 매수 단가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평균 비트코인 ETF 투자자가 손실 상태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달 10일 폭락 이후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8만~8만5000 달러 구간에서 하락 방어 수요가 크게 늘었고, 옵션 시장은 올해 말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12만6000달러)를 다시 넘길 확률을 5% 미만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부진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지목했다. 첫 번째는 지난 달 폭락이 남긴 심리적 충격이다. 약 190억 달러(약 27조7000억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증발하면서 시장 조성자와 투자자 모두 유동성 공급을 축소했고, 변동성에 대한 두려움이 뿌리 깊게 남았다.
두 번째는 거시경제 압력이다. 아시아 성장 지표 부진, 중국 증시 약세,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기술주 조정 등 위험자산 전반이 흔들리며 비트코인이 시장 변동에 더 크게 흔들리는 위험자산처럼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즉 비트코인이 더 이상 독립적인 헤지 자산이 아니라, 경기·유동성 충격에 가장 크게 흔들리는 자산으로 변했다는 뜻이다.
미국 비트코인 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관 자금 유입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가격이 고점 부근에서 다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빠르게 방어적인 태세로 전환했다. 시장에선 “ETF가 비트코인의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는 초반 전망과 달리, ETF 구조가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트럼프 재선 이전 가격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 성과만 보면 비트코인은 여전히 주요 자산군을 압도하는 구간도 있다. 다만 올해만 놓고 보면 ‘디지털 금’이라는 기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서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독립 자산이라는 서사가 모두 흔들린 채 마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비트코인의 향후 흐름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암호화폐가 금융시장 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9만 달러가 단기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격대를 지키면 시장 심리가 반등할 여지가 있지만, 하회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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