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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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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 나눠 ‘뒷쿵’… 보험금 23억 빼돌린 일당 182명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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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빼돌린 일당 18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내거나 사고 내용을 허위·과장 접수해 보험금 23억원을 빼돌린 일당 182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이중 총책 4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진로를 변경하는 차량을 고의로 추돌하는 방식, 가해·피해 차량 운전자로 역할을 나눠 후미 충돌 사고를 내는 방식,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사고를 허위로 접수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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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골목에서 일당이 허위로 교통사고를 내는 모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총책들은 인터넷 카페와 소셜 미디어에 고액 알바 광고글을 올리며 ‘ㄱㄱ(공격·사고 가해차량)’, ‘ㅅㅂ(수비·사고 피해차량)’, ‘ㄷㅋ(뒷쿵·후미 추돌)’ 같은 은어를 사용해 가담자를 모집했다. 가담자 가운데 현재 활동 중인 경찰청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 3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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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ㄱ’, ‘ㅅㅂ’ 등 은어를 사용해 보험사기 가담자를 모집하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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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책들은 자동 삭제 기능이 있는 메신저 앱에서 범행 장소와 시간, 사고 유형을 미리 정한 뒤 가담자에게 “진로를 바꾸는 차량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그대로 들이받으라”는 식으로 지시했다. 일부 가담자들은 앞차와 뒷차 역할을 나눠 고의로 후미 충돌 사고를 낸 뒤 병원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했다. 허위 사고 접수 수법도 동원됐다. 미리 정해둔 골목길에서 보행자와 운전자 역할을 나눠 허위 사고를 낸 뒤 병원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들은 경미한 사고임에도 장기간 입원하거나, 한방병원 등 치료비가 많이 나오는 병원을 찾아가는 식으로 보험금 액수를 높였다. 보험금이 입금되면 가담자들은 미리 정해둔 비율(50~80%)대로 총책에게 계좌이체하거나 현금으로 건넸다. 경찰은 “총책 전원이 보험사 근무 경력을 갖고 있어 합의 시점과 병원 선택, 진단서 발급 등을 세밀하게 코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담자 상당수는 빼돌린 보험금을 도박 자금이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사고 접수 기록과 블랙박스 영상, 통신·계좌 내역 등을 분석해 다수의 가담자와 공모해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빼돌린 총책들을 특정해 검거했다.

    경찰은 “보험사기는 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범죄”라며 “실제 보험사기에 가담하지 않고 광고글만 올리거나 단순히 사람을 연결해 준 경우에도 개정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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