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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교권 추락

    ‘마르크스 경제학’ 150명 신청해도…서울대 “수요조사 응답 적어 개설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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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지난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재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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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교과목 수요조사 결과를 들며 ‘마르크스 경제학’ 관련 강의 재개설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학교 쪽이 “수요조사로는 교과목 간 상대적인 수강 수요(차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올 겨울 학기에도 강의 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학생들은 “학사 운영에 학생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28일 한겨레에 보낸 답변에서 “교과목 수요조사에 대다수 학생들이 응답하지 않아 (학생들이 강의 재개설 근거로 든) 사전 수요조사 결과만으로는 교과목 간 상대적인 수강 수요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요조사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관심과 학생들의 대안적·비판적 이론에 대한 관심은 정치경제의 이해, 경제학사, 고전강독 등 과목을 통해 충족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재개설하는 대신 다른 강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일부 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재개설을 요구했다.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사라진 서울대의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가 이번 겨울 계절학기 수강 편람에도 포함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학교가 지난 9월 진행한 2026학년도 1학기와 2025학년도 겨울학기 사전 수요조사에서 정치경제학 입문, 마르크스 경제학,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 세 과목에 각각 약 50명이 수강신청 의사를 보였다. 학교 쪽이 제시한 ‘강의 수요가 부족하다’는 설명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시장 친화적인 주류 경제학 외부에서 불평등 등 자본주의가 지닌 이면의 성격과 구조를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서울대의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는 1989년 고 김수행 교수가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개설됐다. 2008년 김 교수가 정년퇴임한 뒤, 사회과학대 학생들이 후임 교수 채용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비정규직 강사들이 명맥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교과과정 운영상의 난점’과 ‘강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폐강이 결정됐다.



    학교 쪽은 지난 5년 동안 마르크스 경제학 및 관련 교과목을 실제 수강한 학생 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2021학년도 1학기∼2025학년도 1학기(여름 및 겨울학기 포함)에 마르크스 경제학 관련 과목인 정치경제학 입문 과목을 수강한 학생은 학기당 25∼93명 수준이었고, 마르크스 경제학과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은 각각 학기당 4∼14명, 1∼13명이 수강했다. 학교 쪽은 “경제학부는 다전공 확대, 연합전공 참여 등에 따라 학년당 450명 안팎의 많은 학사과정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면서 “최근 정년퇴임, 휴직, 이직 등으로 전임교원 수가 크게 줄면서 학생들의 기초 교육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수강 수요가 적은 마르크스 경제학보다 전공필수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부족한 교원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서마학에서 활동하는 학생 ㄱ씨는 한겨레에 “학교 쪽에서 올해 상반기 열린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 각 단과대학에 교과목 수요조사 이행 여부를 제출하도록 하고, 미반영시 사유를 확인하는 절차를 두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런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조사 결과를 실제 학사 운영에 반영하지 않을 거였다면 애초에 왜 조사를 시행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학생사회에서 문제 제기를 시작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학교 쪽에서 어떠한 공론장 형성 시도도 한 적이 없는데, 학생 목소리를 배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대 안팎에서는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 5월 서마학이 자체적으로 개설한 ‘정치 경제학 입문[0학점]’ 온라인 시민 강의는 약 3천명이 수강을 신청하며 화제가 됐다. 신청자 중에는 서울대 재학생 약 300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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