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 인도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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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 마약 밀매에 관여한 죄로 미국에서 복역 중인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전 대통령에 대해 돌연 사면 계획을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라틴아메리카 내 ‘우군’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되지만, 정작 베네수엘라 적대 명분인 ‘마약과의 전쟁’과는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내가 깊이 존경하는 많은 사람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매우 가혹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며 “(그에게) 완전한 사면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2022년 2월 체포돼 지난해 6월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에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 2014∼2022년 재임 당시 마약 밀매 조직과 공모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들여온 마약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도록 도운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은 그가 마약 업자에게서 받은 뇌물을 대선 자금으로 쓴 것으로 봤다.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마약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관련자의 사면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통령 후보.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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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이번 사면 발표가 우파 성향 대통령 후보인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의 당선을 지지하는 메시지의 일부였다는 데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예정된 온두라스 대선을 앞두고 본인 입맛에 맞는 후보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는 해석이다.
보수 친미주의 성향으로 분류되는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과거 트럼프 정부 1기 때 미국과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아스푸라 후보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같은 국민당 소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스푸라 당선 시 그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라틴아메리카 내 ‘반마두로’ 전선을 넓히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BBC에 따르면 아스푸라 후보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거듭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서고 마두로에 맞서 싸울 인물은 아스푸라”라고 말했다.
다만 마약 카르텔 단속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작전 확대를 시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범죄로 복역 중인 사람을 풀어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은 “(이번 사면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매를 진정으로 우려한다는 주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며, 베네수엘라 작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경쟁 후보들이 이(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를 선거 개입 주장으로 활용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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