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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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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정치 개입’ 통일교, 일본선 ‘고액 헌금 강요’로 해산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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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지난 2022년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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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는 일본이 외국(한국)에 복종하는 종교여서 일본의 (통일교) 간부를 습격해도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뒷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죄수복 차림으로 피고석에 앉은 야마가미 데쓰야의 태도에는 별다른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그는 3년 전 사제총으로 길거리 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했다. 어머니에게 고액 헌금을 유도해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낸 통일교 대신 아베 전 총리에게 복수의 총탄을 쏜 것 대해 그는 “여러 차례 통일교 간부들을 습격했지만 실패했고 (…) 결국 어머니가 헌금하는 통일교에 항의하고 싶었다”며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정치가 엮인 문제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정치인으로는 의미가 약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야마가미는 통일교 신도인 어머니가 남편(야마가미의 부친)의 사망보험금과 가족들이 함께 살던 집까지 팔아 1억엔 넘는 헌금을 하면서 가정을 무너트린 데 대해 오랜 기간 원한을 품었다. 그의 어머니는 개인 파산 뒤에도 가정연합 신도 생활을 이어갔고, 야마가미는 대학 진학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그는 통일교가 ‘외국에 복종하는 종교’라는 표현으로 한국에 뿌리를 둔 종교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도 언급했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 살해 사건' 발생 3년여 만인 지난달 피고인으로 첫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12번째 공판에서는 야마가미가 실제 사건 하루 전날 통일교 관련 시설이 있는 나라현의 한 건물에 자신의 사제총을 발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하루 전 통일교 건물에 총을 발사하는 것으로 “아베 전 총리 살해가 통일교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는 (흔적을) 미리 남겨놓지 않으면 사건의 연관성을 다른 이유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통일교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종교가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정치에 개입한 종교 재단의 해산 명령 청구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법제처에 지시하면서 국내에서도 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교분리의 원칙은 정말 중요한데, 종교 재단이 조직적, 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며 “이 경우 일본은 종교 재단 법인 해산을 명령했는데 우리 부처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게 있느냐”고 말한 바 있다. 특정 종교단체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현안 청탁과 함께 김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사례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에서 통일교가 해산된 것은 정치 개입 문제가 아닌 고액 현금 강요 등 민법상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공복지를 현저히 해친 점’을 근거로 지난 3월 도쿄지방법원이 해산을 명령했다.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옛 통일교가 법령 위반 행위를 40여년간 전국에 걸쳐 벌이면서 전례 없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들의 생활 유지에 중대한 지장을 빚어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양상이 악질적이고, 결과도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통일교의 즉시 항소로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판결로 통일교는 종교 법인으로서 자격이 사라져 세금 혜택 등이 사라졌다. 게다가 이 판결은 기존 피해 신도들이 낸 배상 소송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교상 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게 아니고, 임의 종교단체로 존속도 가능해 통일교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가정연합은 1954년 한국에서 설립돼 10년 뒤인 1964년 일본에서 종교 법인으로 인가받았다. 2007년께 ‘영계에 있는 조상의 고통을 없애고, 후손이 잘되려면 영적 물건을 사야 한다’는 식으로 꽃병, 인장, 장식품 등을 헌금 형태로 강매하는 이른바 ‘영감상법’ 문제로 일부 신도가 특정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교단 시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사회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야마가미의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에서 이 대통령의 ‘통일교 발언’이 나오면서 일본 언론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이 대통령이 통일교를 염두에 두고 일본 사례를 인용하며 종교단체 해산 명령에 대해 ‘한번 검토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엄지원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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