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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조 단위 과징금' 갈림길 선 은행권…홍콩 ELS 제재심 앞두고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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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아 기자]
    이코노믹리뷰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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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8일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사전 통보된 조 단위 과징금의 향방에 은행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제재 수위에 따라 은행 실적과 자본비율, 주주환원 정책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은 자율배상과 사후 개선 노력을 앞세워 감경을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8일 오후 2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를 안건으로 상정한다.

    지난달 말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해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보한 데 따른 절차다. 우리은행도 해당 상품을 판매했지만 판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이번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2021년 초 이후 판매된 물량을 중심으로 지수 급락과 3년 만기 도래가 겹치며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은행별 판매액은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이다.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대규모 민원이 제기됐고, 금융당국의 전면 검사와 제재 절차로 이어졌다.

    이번 사안이 '역대급 과징금'이 된 배경에는 산정 기준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과징금 산정의 기준으로 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을 적용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금감원은 논의 끝에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소비자 피해 규모와 제재의 실효성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고난도 파생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원칙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고위험 상품이 부적합한 고객에게 가입이 권유됐거나, 서류 작성과 녹취 과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사례, 본점 차원에서 판매 실적을 강하게 독려한 정황 등을 종합하면 개별 직원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판단이다. 제재심에서도 불완전판매의 중대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맞서 은행들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소명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의견서를 제출했고, 제재심에서는 자율배상 실적과 내부통제 개선 노력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홍콩 ELS 손실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율배상을 진행해 왔으며, 6월 말 기준 자율배상액은 총 1조3437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6959억원, NH농협은행 2527억원, 신한은행 1865억원, 하나은행 1093억원, SC제일은행 993억원 순이다. 합의율은 9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불완전판매 책임 자체를 부인하기보다는 대규모 배상과 제도 개선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상당 부분 줄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재심이 감독당국과 금융사가 동등하게 진술하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감경 사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은행들이 특히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과징금이 연말 결산과 자본에 미칠 영향이다.

    최종 제재가 내년으로 넘어가더라도 사전 통보된 금액이 있는 만큼, 일부 은행은 올해 4분기 실적에 충당부채를 반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반영 규모에 따라 순이익 변동 폭도 달라질 수 있다.

    자본 부담도 적지 않다. 과징금이 확정되면 해당 금액의 약 600%를 운영리스크로 인식해 10년간 위험가중자산(RWA)에 반영해야 한다.

    RWA가 늘어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고, 이는 대출 여력과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에 제약으로 이어진다.

    증권가에서는 과징금이 2조원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금융지주 기준 CET1이 1%포인트 안팎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재심 이후에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업계에서는 자율배상과 내부통제 개선 노력이 반영돼 과징금이 수천억원 단위로 감경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현행 규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경감이 가능하다.

    다만 최종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불복 소송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과징금은 확정 시 소송 여부와 관계없이 납부 의무가 발생하며, 미납 시 연 6%의 지연가산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과징금 리스크까지 겹치며 은행권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종 과징금 규모와 자본 부담에 간장하는 분위기와 이미 상당한 배상과 내부통제 개선이 이뤄진 만큼 사전 통보된 2조원보다는 낮아질 여지가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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