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용은 대금연주자이자 선릉아트홀의 무대감독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우리 음악 쉽게 듣기’에서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초심자가 국악을 더 쉽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고 감상할만한 곡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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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하 노피곰 도다샤"
많이 들어본 가사일 것이다. 수제천(壽齊天)의 원래 이름은 정읍(井邑)이며, 이는 한글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노래인 정읍사(井邑詞)를 노래하던 악곡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정재의 반주로도 쓰였다고 하나 현재는 순수한 기악합주곡으로 연행되고 있으며, 정읍이라는 원래 이름보다 수제천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수제천은 한자 의미 그대로 '하늘과 같이 오래 살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궁중의 기악곡으로 연행된만큼 관악기인 대금, 소금, 피리, 현악기인 아쟁, 해금, 그리고 타악기인 장구, 좌고 등이 편성되는데, 악기별로 여러명이 대규모로 연행하며, 그에 따른 음량 또한 웅장하다.
수제천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장단인데, 장단은 있으나 박자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정 구간을 제외하면 반복적인 장단 형태를 연주하나, 그 장단의 길이는 일정하지 않고 박자의 속도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현재는 그 박자가 얼추 고착화되어 있지만 일정한 박자를 세면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고, 길이와 순간을 기억하며, 그리고 서로의 호흡을 파악하며 연주해야하는 어려운 박자의 악곡이다.
수제천은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첫번째로 연음(連音)에 주목해보면 좋겠다.
국악에서, 특히 정악에서는 악기를 한번 연주하기 시작하면 10분이고 한시간이고 쉬는 부분 없이 끝까지 연주한다. 다만 수제천을 비롯한 몇몇 악곡에서는 악곡 중간에 피리와 타악기가 잠시 쉬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대금, 해금, 아쟁 등 다른 선율악기가 주 선율을 연주하는 피리를 대신하여 악곡을 이어간다. 이를 연음 형식이라고 하며, 단순히 피리가 힘들어서 쉬는 부분이 아니고, 느린 템포의 악곡에서 연속성과 다층적인 풍부함을 더하는 요소이며, 악곡명과 같이 영원의 수명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도 싶다.
둘째, 무박자 속 대규모 합주가 만들어내는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수제천의 무질서한듯한 박자 속에서 대금은 빠르고 복잡한 장식음을 여러명이 함께 연주하고, 피리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쉬는 부분도 있으며, 소금은 화려한 장식음을 한박자 늦게 연주하기도 한다. 수제천의 유장한 박자 속에서 같은 악기끼리의 호흡, 그리고 다른 악기들과의 유기적인 호흡이 만들어내는 조화에 귀기울여보자.
현행 연주되는 수제천은 길어봐야 십분 남짓이다. 하늘과 같은 수명(수제천)을 누리고자 한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 수제천 - 국립국악원 정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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